에 <좀비의 시간>을 연재하고 있다. ‘막’연재가 아니다. 연재만화마다 반응도 좋다(편집부 집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감’(感) 인기순위에 따르면 각 잡지 인기순위 수위권이라고 한다). 사업장(?)도 차렸다. 원래부터 알음알음으로 도와주던 최영, 이철웅씨를 앉히고 4월부터는 꼬박꼬박 월급을 주고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을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성공이라니…, 아니에요. 더 떠야 되는데… 시트콤이 탄생할 때까지. 이제 시작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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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석씨(사진/ 한겨레21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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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리필’ 한번 해본 적이 없을 만큼 부끄럼을 타지만 ‘이발쑈포르노씨’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맡아 몸으로 ‘바나나’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만큼 뻔뻔하다. 표현도 겸손한 듯 거만하다. 종횡무진하는 성격대로 자신이 성공했다는 건지, 성공하지 않았다는 건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객관적으로 (대략) 분석하여, ‘쑥스러운’ 그에게 그만의 ‘거만한’ 성공 비결을 알려주려 한다.
1. 페이소스 개그
그의 개그에는 페이‘소스’로 우려낸 국물이 진하다. <전원교향곡>의 배경은 농촌마을, 아들의 귀향을 목빠지게 기다리지만 막상 오면 아들한테 미안해지는 오지다. 고향에 온 아들은 낙하산으로 투척된다. 아들을 기다리는 부정(父情)의 ‘페이소스’는 “50시간의 사투와 13시간의 고립, 뿌라스 다리 붕괴로 자동차 추락 죽음과의 사투 24시간”을 겪고 헬리콥터로 도착하는 얼토당토 상황 개그로 엮어진다. <전원교향곡> 4화 ‘전원의 딸들’은 페이소스 개그의 정수.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가족과 동네 사람이 부끄러운 사춘기 소녀 문순, 그를 부끄러움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어머니의 발레복과 어머니가 포기한 꿈이다. 큰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마을 사람들이란, 엉뚱한 전제에 (썩 아름답지는 않은) 발레복을 매개로 가슴 뜨끔하고 뜨끈한 결론이 끌려나온다. “웃기려고 그리는 건데도 언더의 삶이 워낙 처절하니까, 웃겨도 그게 배어 있더라구요.”(<팝툰> 3호, 인터뷰)
2. 대사
이경석의 손글씨는 예쁘다. 또박또박 박힌 글자를 따라가다 보면(<전원교향곡> 연재분에서는 식자체로 바뀌어 좀 느낌이 덜하다. <팝툰> 8호부터는 손글씨를 살린다고 한다) 문득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맨 처음 그림을 감상하며 읽었다면, 두 번째 감상법은 문순이도 놀라게 처음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리고 맨 나중에 대사를 쓴다. 다 짜놓은 건데도 더 좋은 걸 찾느라 대사 쓰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읽는 맛이 나야 한다. 중간에 맥이 끊어지면 다시 1페이지부터 가서 읽고, 끊어지면 다시 1페이지로 다시 가서 읽으면서 대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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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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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는 또한 하이픈(옆줄)에 주의해야 한다. “하이픈이 많은 건 제가 디자인 전공이라선지 비워놓으면 허전하기 때문이다.” 하이픈을 길게 늘이는 말로, 글씨 포인트대로 강도를 조절하며 읽으면 제맛이 난다.
3. 따라하고 싶은 동작
세 번째 감상법이 있다. 등장인물의 행동을 몸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 동작을 연습해보자. 첫 번째, ‘쇼트트랙’ 자세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는 사람처럼 한 손은 옆으로 곧게 뻗고 한 손은 접는데 접은 팔의 손바닥은 몸 바깥을 향하도록 한다. 두 번째 실습은 ‘혀 빼물기’다. 혀로 턱의 여드름을 핥듯이, 위로 치키면 코를 말아버릴 듯이 빼물어야 한다. 눈은 튀어나올 듯이 동그랗게 뜨는 것이 좋지만 상황에 따라 가늘게 뜰 수도 있다. 세 번째 자세는 두 번째 실습의 얼굴에 몸동작을 더하는 것이다. 몸 전체를 앞으로 45도로 내밀면서 두 손을 치켜드는 것이다. 이 고난도 자세의 비밀은 왼쪽 발을 뒤로 빼 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4. 집중력
작업실 동료들 증언에 따르면 <전원교향곡>을 시작했을 때나 <좀비의 시간> 시작한 즈음(요즈음이다. 현재 3회까지 연재됐다) 옆에서 말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아,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아니, 그랬어요.”
지난해 1년은 쉬었다. 인터넷 음악사이트 ‘멜론’에 <속주패왕전> 연재를 끝내고 나니 놀아도 될 만큼 돈이 남았다(‘을식이 시리즈’는 계속 연재를 했다). 이 느긋한 때에도 만화 생각만 했다. “<300> 같은 스케일이 큰 만화를 하고 싶었다. 특이한 캐릭터가 많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는데 <전원일기>도 끝나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도 끝나고, 색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농촌을 생각해냈다. 혹시나 시트콤 틈새를 노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그래서 나온 작품이 <전원교향곡>. 그리고 좋아하는 공포영화의 좀비를 다루고 싶었다. “가족 간의 애환, 예를 들어 화목이나 행복은 없는 ‘비정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좀비의 시간>. 지금은 몸에 혈액순환이 안 돼도 술을 마실 수 없는 작업 스케줄을 강행하고 있다.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라 꾀를 부리기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성공 비결? “운이 좋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운도 실력이더라고요. 사실 10년 그리고 나니까 계획성 있는 작업을 하게 되고 어느 순간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새로운 능력’이 생기더라고요.”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래서 좌중이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