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선택을 해. 칼과 우리 중에.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레이먼드 카버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녀와 소년이 만나서 예쁜 아기를 낳았어. 어느 날 밤 친구인 칼이 소년에게 내일 거위사냥을 가자고 했어. 들뜬 소년을 보며 소녀는 잘 놀고 오라고 말했지. 새벽에 아기가 미친 듯이 울었고 소녀도 함께 울며 말했어. “가지 마.” 소년은 서둘러 사냥도구를 챙겨 차에 올라탔어. 시동을 걸고 차창에 붙은 얼음을 털어내고… 다시 시동을 끄고 집으로 돌아갔어. 20년 뒤 헤어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그때의 기억을 더듬고 웃음을 터뜨렸어.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것들이 물러나 있었지. 어떤 선택의 상황, 어떤 포기. 거기까지가 사랑이야. 얘기 끝. 별 이야기 아니란 거 인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