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과학 > 문화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3월17일 제601호
[스크린 가라사대]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인터넷이 SK의 ‘이글루스’ 합병으로 시끄럽다. 이글루스는 (주)온네트가 경영해온 블로그 서비스. ‘18살 미만 가입 불가’라는 원칙 덕에 포털 블로그에서 횡행하는 ‘허락 없이 글 퍼나르기’나 ‘악플’도 거의 없는데다, 쓸데없는 기능 없이 블로그의 원칙에 충실한 서비스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 덕에 이글루스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중한 콘텐츠를 양산하는 15만의 열혈 회원을 만들어냈다. 싸이월드를 경영하는 SK가 이글루스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양질의 콘텐츠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글루스 회원들은 SK의 인수를 즉각 반대하고 나섰으며, 이미 상당수 회원들은 탈퇴를 선언하고 블로그를 하나씩 닫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우리는 싸이월드 따위와는 다르다”는 약간은 비뚤어진 자긍심도 없는 것은 아닐 터다. 하지만 이글루스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익명성의 공간으로서) 원초적인 블로그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아마도, SK라는 대기업은 수익사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수줍은 이글루스 회원들의 조용한 교류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네 사진을 올려라! 네 자신을 드러내라! 유명 블로거가 되어라! 더 예쁜 스킨을 사라! 더 멋지게 블로그를 꾸며라! 자기 노출증이 병적 징후가 되어버린 이 땅의 인터넷 세상. 더 이상 숨어들어갈 공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