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출판 담당으로 해선 안 될 말이지만, 내 기사들를 보고 있자면 점점 성실한 서평을 찾기 힘들어진다. 변명을 좀 하자면, 책을 읽는다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며 특히 그것이 밥벌이가 될 경우엔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마련이다(편집장님, 맘 잡고 열심히 할게요). 언제나 즐겁게 책을 읽으며 밥까지 덤으로 얻는 이들이여, 내 그대들에게 넙죽 엎드려 큰절을 드리나이다. 이명원의 서평집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해박함이 아니라 그 한결같은 성실함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오래 버티는 자들은 두 부류인 것 같다. 읽는 것이 몸살나게 즐거운 괴벽을 가진 자들이거나, 활자를 통해 구도의 칼을 가는 수도자들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