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1950~60년대 명동을 주름잡았던 이들을 꼽자면 공초 오상순을 비롯해 송범(무용가), 김백봉(무용가), 임만섭(성악가), 김동원(연극배우), 임춘앵·김진진(국극배우)과 문인 황순원·김동리·서정주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명동백작>의 주인공은 이들이 아니다. 너무나도 명동이 그리워 한국전쟁 중에도 폭격이 잠시 멎자 부산 피난길에서 돌아와 곧바로 명동에 ‘상주’했던, 그래서 별명도 ‘명동백작’이었던 소설가 이봉구, 이봉구와 함께 자주 술잔을 기울였던 시인 박인환·김수영 등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명동을 배경이자 주제로 한 사(私)소설을 여러 편 남겼던 이봉구는 그렇다 쳐도 박인환·김수영이 과연 명동의 주인이었는가에는 머리를 갸웃거릴 만하다. 공공연히 명동 사랑을 노래한 대가·원로 문인들도 많기 때문에.
정하연씨는 김수영·박인환 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짠 이유에 대해 “이미 문학 세계가 완성된 사람들이 아니라, 명동을 터전으로 해서 치열하게 자기의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명동을 그토록 이름있는 거리로 만들었던 다른 유명인들은 이 드라마에선 명동의 배경이자 분위기로 녹아 있다.
사실감과 재미를 함께 높이기 위해 세미 다큐드라마 형식을 취한 이 드라마는 탤런트 정보석씨가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각 장면은 배우들의 연기로 채워진다.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엔 전문가·증언자들의 인터뷰가 삽입돼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9월11~12일 방영된 1·2회에선 인민군 포로였던 김수영이 “나는 빨갱이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내용이 나와 ‘왜 참여시인 김수영을 왜곡하느냐’라는 시청자들의 리플이 거세게 이어지기도 했다. 작가는 이에 대해 “24회분 전체에 걸쳐 김수영에 대한 해석이 나오니 이를 천천히 음미하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명동백작>의 마지막회분은 5·16과 함께 끝을 맺는다. 이 난리가 도대체 뭐냐고 묻는 아내에게 김수영은 가만히 중얼거린다. ‘쿠데타… 쿠데타….’ ‘명동백작’이 상징하는 시대적 낭만은 그렇게 쿠데타와 함께 저물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