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문화&과학 > 문화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6월10일 제513호
행사- 6월은 다시 박동한다!

시민문화축제 ‘행진 6·10 - 6월 난장’… 거리와 광장의 놀이판에서 6월 민주항쟁의 참뜻을 느껴보자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또다시 6월이 왔다. 세월이야 어느 순간인들 곱씹으면 새록새록 다시 우러나는 의미가 없을까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1987년의 6월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금 우리가 가진 자그마한 자유는 금기와 감시의 방에서 나와 거리에서 울려퍼졌던 그때의 함성들이 얻어낸 소산이다. 민주화를 꿈꾼 이들이 ‘아스팔트 정치’를 실현시켰던 6월 민주항쟁이 어느덧 17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6월12일 서울 장충단공원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그 순간들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문화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 지난해 6월7일 열린 '6월난장'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사진/ 한겨레 황석주 기자)

행진 6·10, 시민난장, 386콘서트 마련돼

6월 민주항쟁 17주년 기념 ‘행진 6·10-6월 난장’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세상을 확인하는 시민문화축제로, ‘행진 6·10’ ‘시민난장’ ‘386콘서트’ 등으로 구성된다. 거리를 행진하고, 난장판을 기웃거리고, 노래로 열기를 발산하면서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놀이판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한겨레신문사에서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의도한 만큼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다만 ‘행진 6·10’에 참여할 사람들은 생수 지급과 경품 추첨을 위해 인터넷 신청이 필수다.


‘행진 6·10’의 행렬은 오후 3시 반 장충단공원을 출발하여 남산·숭례문을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총 7km 구간을 2시간가량 걷게 되므로 어린이들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다. 솟대를 높이 앞세우고 출발하는 행진은 축제 행렬이 된다. 줄넘기 묘기 동호인, 풍물패, 인라인스케이터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몇몇 동호회에선 코스프레도 준비 중이다. 가족·친구들과 머리띠·모자·피켓·현수막 등을 만들어 함께하면 재미있을 듯하다.

행사 홈페이지에선 6월에 함께 걷고 싶은 ‘6월의 꽃’도 추천받고 있다. 아나운서 손석희, 영화감독 박찬욱, 교수 리영희, 박종철 열사 아버지, 17대 국회의원 386 당선자 등 민주화 인사부터 문화·정치계 인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미 추천받았다. 이들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낼 예정이니, 남산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걸으면 된다.

행진에 참여 못해 아쉽다고만 하기엔 아직 판이 많이 남아 있다. 서울광장에선 본격적인 난장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아름다운 가게’가 준비한 벼룩시장, 설치미술가 최병수씨의 얼음조각 시연 등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고,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준비돼 있다. 한 구석에 마련된 386맥주광장을 눈여겨본다면 동창들에게 잔디밭 소집통보를 돌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에 사용될 예정이다.

열기는 저녁에 폭발할 듯하다. 노정렬·조영신씨의 사회로 강산에·손병휘·이정열·손현숙·우리나라·훌리건·슈퍼특공대 등과 함께 펼치는 신나는 ‘386콘서트’는 항쟁의 의미를 짚는 알찬 자리다. 저마다 남다르게 간직한 87년의 기쁨을 서울 도심부 한복판의 잔디에서 쩌렁쩌렁한 음악과 함께 재생시키는 즐거움은 흔치 않은 놀거리다.

집회는 축제로 변하고 있고, 광장은 시민에게 돌아왔다. 그 시절의 해방감을 다시 맛보면서, 아이들이 교과서의 낡은 문구로 역사를 암기하기 전에 그 시대의 의미를 선점해서 알려주는 건 어떨까. 심장의 박동으로 느끼는 이번 축제를 통해 민주항쟁은 모두에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행진 6·10’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행운도 함께 노려보길 바란다. 김준권 다색목판화 6점과 류연복 목판화 3점 외에도 난장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 윤도현밴드 공연 초대권, 가전제품, 유기농산물과 저자 홍세화·손석춘씨가 사인한 책 등 푸짐한 경품이 준비돼 있다(문의: 02)3709-7552~3, 02)710-0766, http://6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