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구분 모집으로 임용된 박희준 교사…교대·사대 장애인 학생 문턱 낮춰야
▣ 인천=글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젊은 총각 선생님인 박희준(26)씨는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다.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5반 학생 두 명이 어디서 기다렸는지, 인터뷰를 마치고 교문 밖으로 나오는 박 교사를 낚아챘다. “선생님 밥 사주세요!”
수업은 오후 4시30분에 끝났지만, 다음주 목요일에 있을 중간고사 때문에 학생이나 교사나 야간 자율학습으로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남았다. 여느 학교와 다를 게 없는 낯익은 방과 후 학교 풍경이었다.

△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교원 임용시험. 교원 분야에서 법정 장애인 고용률인 2%를 채우려면 오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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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법 개정으로 2% 이상 의무 고용
4월25일 만난 박 교사는 제물포여중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교단에 선 지 두 달이 채 안 됐다. 아침 8시30분까지 출근해 오후 4시30분이면 수업이 끝나고 퇴근할 수 있지만, 학생 관리 등 쌓인 업무는 늘 그를 저녁 7~8시까지 붙잡아놓는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뒤늦게 선생님을 꿈꿨고, 교육대학원을 거쳐 1년 재수 끝에 교사가 됐다. 그도 여느 교사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교사가 된 과정은 좀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다. 그는 예전에 없던 제도인 장애인 구분 모집에 응시해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했다. 인천 지역 국어 교사 모집에 장애인 4명이 응시했으며, 그는 합격한 3명 가운데 1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장애가 표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몸을 다쳐 장애를 얻었지만(그의 사생활이란 판단에서 구체적 장애를 밝히지 않았다. 장애인을 바라볼 때, 신체의 장애 부분을 불필요하게 의식하고 강조하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자신을 구분짓지 않으려 애썼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교통요금 할인 등 현실적인 이유로 장애인 복지카드를 만들었다. 그는 장애 6급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노량진에서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이들과 똑같이 공부했다.
박 교사처럼 지난해 전국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장애인은 515명 응시자 가운데 202명(표 참조)이다. 애초 576명(전체 교원 임용의 5%)을 모집하려 했으나, 일부 모집 구분 응시자의 미달과 과락 등으로 적지 않은 탈락자가 나왔다. 장애인 구분 모집이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에 교단에 장애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10월 기준으로 초·중등 교원 가운데 장애인은 0.4%였다. 종종 불이익을 이겨내면서 어렵게 교원에 진출했거나, 임용 뒤 장애를 입은 교사까지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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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장애인 교원 임용 현황(자료:교육부, 우원식 의원실, 단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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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 재활법’ 등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근로자(노동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의무 고용하도록 돼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했으나, 공안 직원·검사·경찰·소방·경호 공무원 및 군인 등과 함께 교원은 적용 제외 직종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5월 법 개정으로 교원도 2% 이상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 공무원 수가 2% 미만인 경우, 2%를 달성할 때까지 신규 채용 인원의 5%를 장애인으로 구분 모집해야 한다.
특수학급·특수학교 대학 진학률도 낮아
장애인들이 교단에 서기까진 쉽지 않았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가 2006년 8월 작성한 장애인 교원 임용 확대 방안엔 교육 행정가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잘 나와 있다. 보고서엔 장애인 교원 임용 제약 요인으로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유·초등학교의 경우 모든 교과를 담당하는 데 따른 쓰기, 말하기 등 기초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에상됨. 예·체능 과목 등에서 실기 지도에 문제. 일부 장애인(시청각 장애)의 경우 수업시 학생들과 의사전달이 어려움. 학교의 교육 기자재 및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으로 직무 적응에 애로. 학생과 학부모의 장애인 교원에 대한 편견 해소 노력이 필요.”
교원의 경우에도 장애인 2%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장애인 고용 촉진법 개정을 주도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 편견이 있어서 장애인은 교원이 못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데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동의할 것”이라며 “그런 편견을 없애는 데 가장 빠른 길은 교육 쪽에서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 선생님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 교원은 2005년 10월 기준으로 31만3914명이다. 현재 장애인 교원 고용인원은 1327명으로 4960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법정 고용률인 2%(6287명)를 채울 수 있다. 올해 신규로 충원된 202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법정 고용률을 채우려면 무려 24.5년이 지나야 한다.
시기를 당기고 장애인 교원 진입을 활성화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우선 교대·사대에 장애인 대학생이 너무 적어 장애인 교원 자원이 부족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2006년까지 11개 교육대 가운데 3개 대학에 단 10명만이 재학 중이었다. 지난해 장애인 특례 입학을 하는 대학이 3개 더 늘어났으나, 특례 입학인원은 고작 16명이다. 사범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 중 특례입학을 실시하고 있는 13개 대학에도 장애인 학생은 불과 175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특수학교 또는 일반고의 특수학급 학생들 가운데 대학으로 진학하는 진학률(특수학교: 4.8%, 특수학급: 6.3%)이 낮은 것에도 근본적 원인이 있다. 장애인 특례입학을 좀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초등교사의 경우 전 과목을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현실에서, 교육대학에서 장애인이 이수하기 어려운 예·체능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하는 점도 장애인 학생들의 교육대 진입을 제약하고 있다. 일정 기간 중등교원 자격증을 지닌 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육대에 일정 비율이 편입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고, 초등학교에서 장애인 교원이 특정 분야의 전담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예·체능 등 장애인 교원이 진행하기 어려운 교육 과목에 대해서는 보조교사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초·중등 학교 및 대학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모임을 만들어야”
무엇보다 장애인 교원에 대한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의 편견을 깨야 한다. 박희준 교사는 학생들과 다른 교사들을 의식한다. 그는 “가까운 선생님들이 있을 땐 신경이 안 쓰이지만, 다른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있을 땐 복지카드를 안 쓰고 그냥 교통카드를 쓴다”며 “아직 내가 장애가 있는지 몇 명을 빼곤 학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박 교사를 인터뷰하기 전 10여 명의 장애인 교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대부분은 ‘장애인 교사’임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다. 우원식 의원은 “장애인 선생이란 것을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모임을 만들어서 2% 의무고용으로 빨리 갈 수 있도록 터를 닦아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