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신이 우리 편이라는 것을 안다. 일이 너무 고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돈을 열심히 벌어 엄마에게 집을 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4월2일 한국에 도착했다. 피곤했지만 잠자기 전에 우리는 방을 치워야 했다. 너무 더럽고 냄새가 났다.

4월3일 맙소사. 우리가 할 일이 매춘이라니! 오후 5시에 클럽을 청소하고 일할 채비를 해야 했다. 우리는 공포에 떨었다.

4월8일 사장의 지시에 따라 손님들이 우리를 만져도 참아야 했다. 나는 몸이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로 필리핀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4월10일 방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아래층 클럽밖에 갈 곳이 없다. 밖에 나가면 사장이 따라왔다.

4월11일 사장 친구가 우리 방으로 올라와 칼을 꺼내 우리를 겨눴다.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가 우리 중 누군가를 죽이면 한 손님이 말한 대로 한국인들은 모두 개자식이다.

4월13일 주스를 몇잔 못 팔아 욕을 먹었다.

4월17일 사장 친구가 내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사장이 그 한국 남자를 따라 나가라고 했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장은 계속 강요했다. 한국 사람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다들 섹스마니악(섹스광) 같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4월21일 3일째 갇혀 있다. 사장은 도망친 네명을 찾지 못해 거의 미쳤다. 사장은 그들을 찾아달라고 미군에게 돈을 줬다. 그들이 붙잡히면 무슨 일을 당할지 무섭다.

5월11일 외국인들이 왔다. 그들은 특별한 섹스를 원했다. 그들이 병이 있을 것 같아 두렵다.

5월19일 쉬는 날이 없다. 사장은 전화통화를 금지하고 소지품 검사를 했다. 사장은 짐승이다. 우리를 가둬놓고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먹을 것도 충분히 안 준다. 월급도 떼이는데 팁도 받을 수 없다. 사장 친구는 우리를 때린다.

5월22일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 사장과 그 친구들이 인간성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5월29일 월급을 한푼도 못 받아 엄마에게 돈을 부칠 수가 없다.

5월30일 미스터 김이 갑자기 나타나 송탄에 있는 클럽으로 우리를 보내겠다고 한다. 거기서는 외설적인 쇼를 해야 한다. 우리는 벌벌 떨었다.

6월3일 우리 중 한명이 외박 나갔다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왔다. 친구를 때린 한국 남자는 도리어 친구가 돈을 훔쳤다고 신고했다. 우리는 눈물만 흘렸다.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