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사람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6월07일 제663호
[정성해] 세탁기 연구원의 ‘MP3-세탁기’

▣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LG전자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 세탁기를 수출하기 시작한 건 2003년부터였다. 회사 쪽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트롬’ 브랜드의 호응도가 의외로 높아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 정성해 책임연구원

자신감을 얻은 LG전자는 북미 시장의 메이저(선두권 업체)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 수립에 돌입하게 된다. 전문 연구원들을 미국 뉴저지, 시카고, 캘리포니아 등지로 보내 현지 소비자들의 세탁기 사용 환경과 패턴을 파악하도록 한 게 첫걸음이었다. 당시 현지 지역 주민들의 집에 묵으면서(홈스테이), 현장 조사에 나선 연구진 가운데는 정성해(44) 책임연구원(세탁기사업부 세탁기연구실)도 끼어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게 우리는 세탁기를 다용도실에 두고 쓰는 게 보통인데, 미국에선 런더리룸(빨래방)을 따로 두고 있었습니다. 세탁이 끝나면 바로 건조 과정을 거친 뒤 다림질을 하거나 개켜놓는 행태도 특이하게 여겨졌지요.” 현지 조사단은 실태 파악을 하는 동안 만남을 갖고 브레인스토밍(난상토론) 시간을 자주 가졌다. MP3를 장착한 세탁기의 구상도 그 과정에서 나왔다.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아이디어를 내놓은 이가 정 연구원이었다. 그는 “세탁같이 하기 싫은 집안일을 재미있는 일로 여기게 해보자는, 좀 엉뚱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MP3-세탁기는 책상 위의 구상에 머물지 않고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특허 출원은 2005년 6월이었는데, 1~2년 뒤 신청 사실을 공개하는 관례에 따라 미국 특허청이 최근에야 이 사실을 밝혀 세간에 알려졌다. 정 연구원은 “정식 특허는 내년 5~6월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탁 뒤 일을 처리할 때나 욕실에 세탁기를 설치한 경우라면, 세탁기에 장착된 MP3로 음악을 듣는 장면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있다고 정 연구원은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세탁기를 돌리고 있을 때도 MP3를 쓸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있다. LG전자가 2005년 소음을 55dB까지 획기적으로 낮춘 ‘스팀 트롬 세탁기’를 출시하는 등 소음 줄이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꼭 20년 전인 1987년부터 LG전자(당시는 금성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 연구원은 2001년부터 세탁기 개발 업무를 맡고 있으며, 2005년부터는 세탁기연구실 내 ‘선행개발그룹’에 몸담고 있다. 엉뚱한 상상을 생명으로 삼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