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고리야마 소이치로)

일본의 미나마타병, 진폐병 소송으로 유명한 변호사 마나기 아키오의 아들, 마나기 이즈타로(31·홋카이도학원대학 법학부 강사). 아버지의 유명세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상황이 최근 역전됐다. 요즘은 그의 아버지가 “이즈타로의 부친 되시냐”는 질문을 받는다.

역전의 이유는 다름 아닌 일본 평화헌법. 그는 “일본의 자긍심은 ‘소니’나 ‘스니’가 아니라 바로 전쟁을 포기한다고 명시한 헌법 9조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개헌을 통해 전쟁국가로 향하려는 고이즈미 정부에 대한 위기의식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헌법 9조 지키기’ 강연회를 개최하면서 인기강사 마나기는 더욱 바빠졌다.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부친 같은 변호사를 꿈꾸다가 스무 살이 되던 1995년 생각이 바뀌었다. 독일 등 전쟁 피해지를 돌며 평화를 새롭게 인식한 그는 독일 헌법을 연구하며 일본 사회와 관계를 맺는 법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낚시를 하려면 강에 가야 하듯 와세다대 법학부에서 논문을 준비할 때도 그는 현장을 뛰어다녔다. 난민수용소 문제를 살피고자 난민을 만나고 재일조선인 권리 침해를 알기 위해 조선인 학교인 ‘민족학교’를 찾아갔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불거진 뒤 조선학교를 공격하는 일본 사회의 야만성을 목격하고 재일인권협회에 갔다.

“<육법전서>만 읽으면서 대학 연구소에 파묻혀 있는 연구자가 되기는 싫었다”는 마나기는 현재 ‘분쟁예방국제회의’(GPPAC)의 일본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GPPAC의 동북아시아 지역회의에서 일본 헌법의 평화주의가 동북아시아의 분쟁 예방에 중요한 이념이라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며 “‘유사법제’를 제정하고 미국을 추종하는 자위대를 파견한 일본이 개헌까지 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일본이 단 한 건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전후 보상과 관련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전후 일본은 진정 반성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헌은 일본 국민의 권한이지만 그 영향력이 국내에만 머무는 게 아니기에 이웃나라를 보라”고 강조하며 그는 종교계의 전도사 못지않는 열정을 가지고 일본 양심세력의 실천력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