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1년차인 김영주(31)씨의 목표는 평범하다. 3년 안에 보험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왕을 향한 김씨의 노력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씨는 목 아래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다. 한 물류회사의 신입사원이던 1999년 1월, 퇴근길 교통사고로 경추 3, 4, 5번 손상으로 인한 전신마비 장애를 입었다.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집에 왔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텔레비전만 보는 일뿐이었어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그만큼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차츰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되더군요.”
김씨는 고민 끝에 2001년 서울 국립재활원에 입원하면서 재활과 함께 활동보조인을 고용해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관한 초등학생 대상의 ‘장애인 1일교사’ 활동을 했고 장애인이동권연대에도 결합했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네트워크 홍보담당을 맡아 장애인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립재활원을 퇴소하고 고향인 경기도 이천에 다시 내려오면서 2년간의 방황이 다시 시작됐다. 장애인 취업을 알선하는 곳마저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만을 원했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보험설계사에 생각이 닿았다. 사고 전에 영업활동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이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이다 보니 보험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작정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삼성화재 이천사무소 소장을 찾았고, 지난해 12월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의 월급은 13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운전부터 서류정리까지 ‘매니저’ 일을 해주는 활동보조인에게 주는 월급 90만원과 차량 유지비, 밥값 등을 빼면 먹고살기는 여전히 빠듯하다. 무리하게 돌아다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한달 동안 누워 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다”며 웃는다.
“장애는 나에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뗄 수 없는 현실이 된 이상, 동반자로 생각해야죠. 그리고 중증 장애인도 약간의 도움만 있으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6월3일, 김씨는 삼성화재 평택지점의 신입사원 중 자동차보험 신규계약을 가장 많이 한 사원으로 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