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닷컴이 조사한 보험사들의 분쟁 대응… 삼성화재는 법원 판결, 현대해상은 합의 비율 높아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자동차보험 회사들은 사고율이 높아져 영업 사정이 나빠지면 쉽게 보험료를 올려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한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막상 발생하면, 피해자가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제대로 타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개의 피해자는 당장 돈이 급하고, 소송을 내자니 소송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을 걱정한다. 그래서 억울하더라도 가능한 한 보험사와 타협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보험사는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최대한 활용한다. 그렇다면 어느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가장 독하게 굴까?

△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보험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보험사들의 대응은 어떠할까. 차이는 있으나 모두 법원의 '조정'을 가장 선호했다.(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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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90%, 판결 10%
한 교통사고 전문 인터넷 법률 사이트가 교통사고로 소송을 당한 보험사들의 대응방식을 통계로 만들어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스로닷컴(www.susulaw.com)은 2001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은 소송 가운데 이미 사건이 종결된 1294건을 대상으로, 보험사들이 보험분쟁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조사했다. 보험사들은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내면 법원의 ‘조정’을 가장 선호했다. 전체 사건 중 76.2%인 986건이 조정으로 끝났다. 소송에 들어가기 전 법원 밖에서 소외합의로 끝난 사건은 14.3%(185건), 최종 판결까지 간 사건은 8.7%(113건)이었다. 소외합의를 제외하고 보면 조정으로 끝난 경우가 90%, 판결까지 간 경우가 10%였다.
우선 보험사별 시장점유율과 소송사건의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재 자동차보험시장의 점유율은 삼성화재가 30%로 가장 높다. 이어 현대해상이 13.3%, 동부화재가 13.3%, LG화재가 12.2%로 중간그룹을 이루고, 동양화재(7.8%)·쌍용화재(5.7%)·제일화재(4.6%)·신동아화재(4.5%)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대한화재와 그린화재, 교보자동차는 2~3% 수준이다. 스스로닷컴이 맡은 소송의 보험사별 비율도 대체로 비슷하다. 다만 삼성화재가 25.7%를 차지해 시장점유율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었고, 쌍용화재(7.39%)·제일화재(6.44%)·신동아화재(5.49%)가 시장점유율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다.
삼성화재의 경우 한번 송사에 휘말리면 법원 판결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가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사건이 종결된 240건 중 삼성화재는 소외합의 비율이 12.1%로 평균보다 낮고, 판결(10%) 비율은 높았다.
판결까지 가는 비율이 높은 또 다른 회사는 동양화재였다. 동양화재는 70건 중 판결까지 간 비율이 9건으로 12.86%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양화재는 소외합의 비율이 31.43%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동양화재의 경우 소송보다는 소외합의를 훨씬 선호하지만, 일단 송사가 벌어지면 판결까지 가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판결 비율이 높을수록 사건 해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외합의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현대해상화재로 평균치의 2.5배인 34.7%였다. 현대해상이 판결까지 간 비율은 5.3%로 매우 낮았다. 이 밖에 동부화재(22.4%)와 신동아화재(16.1%)가 소외합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이들 보험사가 보험분쟁이 소송으로 번질 움직임을 보이면 가급적 법정에 가기보다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중시했다는 것을 뜻한다.
LG ·쌍용화재는 조정 선호
LG화재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 가운데서는 소외합의 비율이 가장 낮은 8.3%에 그쳐 법원 밖에서의 해결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판결까지 가기(4.1%)보다는 조정(86.8%)을 선호했다. 쌍용화재도 소외합의가 5%로 낮은 반면, 소송이 벌어졌을 경우 조정(84.8%)을 선호했다. 조정 비율이 높은 보험사들은 법원의 판단에 비교적 순순히 응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