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부과에 대한 국세청의 세법 해석은 대체로 ‘대가성이 있는 불법 소득은 과세 불가’로 이어진다. 이른바 ‘세풍’ 사건에서 일부 언론인들이 받은 돈에 대해 “과세하기 어렵다”는 국세청의 결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세풍 사건과 관련해 언론사 고위간부 10여명이 1997년 대선 당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이 불법 모금한 자금에서 각 200만~300만원, 많게는 1500만원을 받아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언론인에 대해 배임수재죄 등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법을 적용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언론인들이 받은 돈은 증여세나 소득세 부과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돈을 받은 행위는 세법상의 공소시효에 해당하는 제척기간 10년이 지나지 않은 만큼, 돈을 받은 이들을 탈세로 처벌할 수도 있다. 참여연대는 이들이 탈세를 했다고 국세청에 제보했다. 비록 받은 금액이 적지만, 불법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받은 돈마저 그대로 인정하는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자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국세청의 해석은 ‘뜨거운 감자’를 피하고 보자는 쪽이었다.

국세청은 “일부 언론인이 받은 금전의 경우, 기사 작성에서의 편의 제공은 금전으로 환가하기는 곤란하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반대급부”라고 말했다. 대가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국세청은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론은 대가성 있는 나쁜 돈을 받았으므로 증여세를 매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돼버린다. 국세청은 또 “사례금 해당 여부도 불분명하여, 기타소득으로 소득세를 과세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