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경제 > 경제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1월28일 제494호 |
기사검색 
모기지론 시장은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는 돈 있고 집 가진 사람이 다른 집을 여러 채 사둔 뒤 집 없는 사람의 고통을 이용해 집값을 띄워왔다. 그러나 모기지론이 활성화돼 대부분의 가정이 결혼하자마자 집을 사는 패턴이 정착되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거래 시장이 재편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집 샀다가 오를 때 파는 식으로 재산을 불리는 투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기지론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첫째, 가계 소득에 비해 집값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무주택자 중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매달 낼 수 있을 만큼 상환 능력이 있는 가구가 거의 없어서 모기지론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모기지론이 보편화된 미국과 비교할 때 주택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다르다. 우리의 경우 독특한 전세 제도 속에서, 20∼30년 동안 뼈빠지게 원리금 갚으면서 집 장만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돈 모아서 나중에 모자란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게 관행이다. 집을 여전히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도 모기지론 시장 형성의 큰 걸림돌이다. 셋째,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로 잡아둔 저당권을 2차 시장(주택금융공사)에 매각하려는 은행이 별로 없어서 모기지론 대출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은행마다 대출해줄 여유자금은 넘치는데 수요자가 없어서 안달인 만큼 굳이 자금조달을 위해 주택담보 물건을 주택금융공사에 팔아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모기지론 성격의 주택담보 장기대출은 지난 1999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외환위기 직후 주택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설립된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KoMoCo)가 엄연히 활동해온 것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코모코와 주택신용보증기금을 합병하고 정부가 출자한 공기업으로, 코모코를 대신해 20년짜리 MBS를 발행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택담보 장기대출 시장이 취약하다보니 코모코는 부실만 쌓였고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주택금융공사는 부처간 밥그릇 싸움의 산물이다. 코모코의 최대 주주가 건설교통부인데 재정경제부가 이 기관을 자기 산하로 뺏어오겠다는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들어 주택금융공사를 새로 설립했다. 주택금융공사도 부실 덩어리가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