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단둥에는 한국 산업재해의 상징인 ‘원진레이온’이 있다. 지난 196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와 20여년 동안 수백명의 노동자를 이황화탄소 중독에 빠뜨린 원진레이온 기계가 1993년 회사 폐업과 함께 단둥으로 건너왔다. 이 기계는 원진레이온에서 직업병 판정을 받은 200여명 중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시무시한 ‘살인기계’다. 당시 원진 노동자들은 이 기계가 단둥으로 팔려갈 때 중국대사관 앞에서 ‘살인기계 수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 기계는 단둥 시내 중심가의 화학섬유공사(화섬)에 설치됐다. 그러나 고가를 들여 수입해온 이 기계는 여기서 제값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화섬 관계자는 “당시 엄청난 돈을 들여서 기계를 들여왔는데, 이곳 기술자들이 조립을 잘못해서 기계가 잘 안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기계 수입을 주도한 당시 화섬 사장은 비리 혐의로 몰려 해외로 도피했다.

<조선문보> 윤선일 기자는 “화섬은 단둥에서 가장 큰 섬유공장 단지로 각종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기계가 많다”며 “원진레이온 기계 못지않게 위험한 기계들이 많아서 산업재해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조선족 안내인은 “화섬 단지에는 공장뿐 아니라 직원들이 이용하는 주택과 학교, 유치원 등이 함께 있다”며 “만약 원진레이온 기계가 제대로 가동돼 산업재해를 일으켰다면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에 큰 지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