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력에도 작동하는 다양한 전자기기 개발… 탄소나노튜브 이용한 반도체 상용화는 요원
나노기술은 우리나라에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이어나가도록 할 것인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경쟁력은 초고집적도 반도체 개발은 나노기술을 통해 이뤄질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나노기술에 기반한 전자 장치들이 실리콘을 대신하는 것은 적어도 10여년은 지나야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반도체기술전망의 예측에 따르면 컴퓨터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20nm로 줄어드는 것은 2014년에나 가능하다. 이에 앞서 나노기술 부품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전자기기는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탄소나노튜브는 버키볼이라 불리는 60개의 탄소 원자들이 지구돔 형상을 한 분자에 길게 늘여진 형태다. 삼성종합기술원 김종민 연구위원팀은 나노튜브 박막을 이용해 전자를 방출하고 디스플레이의 픽셀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탄소나노튜브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ET) 디스플레이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음극선튜브(CRT)나 액정디스플레이(LCD) 모니터에 비해 훨씬 낮은 전압으로 작동되며 더 밝고 해상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38인치 스크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 구조물에 대한 실용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진정한 의미의 나노 반도체 시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것은 나노구조물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나노 수준의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등을 만든다고 해서 나노구조물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와이어로 연결해 신호를 전달하는 칩을 만들어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간단치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기존의 전통적인 사진식각기술(photo-lithography)의 도움 없이도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규모 와이어에서 나노단위 수준의 장치로 작아지는 과정에서 전자충격을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내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나노소자 실용화 기술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종합기술원 최원봉 박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소재로 사용한 비휘발성(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기억이 지워지지 않음) 반도체 메모리 소자를 만들었다. 산화물을 이용해 상온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이 소자 기술은 테라급 반도체 메모리와 시스템온칩(Soc)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나노기술에 의해 만들어질 미래의 컴퓨터 칩은 몇개의 나노 가닥에 생명의 컴퓨터 코드인 DNA를 첨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의 기술 수준은 DNA 분자의 정확한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지 못한 채 나노튜브를 임의적으로 배치하는 정도일 뿐이다.
최근 DNA 분자를 활용한 나노 장치가 현실로 다가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기술연구소(TECHNION)의 물리학자 에레즈 브라운 박사팀이 DNA 모형의 스스로 조립하는 탄소나노튜브 FET를 개발했다. 물론 아직은 어떤 명령을 받아서 DNA 분자들이 필요한 단백질과 세포, 효소 등을 처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서 DNA는 탄소나노튜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해주고 서로 연결되도록 하면서 원자나 전자가 전자적 생명현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