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2 ] 2003년10월16일 제480호 

땜질, 이번에도 땜질?

주택담보대출 규제 · 보유세 강화 · 투기지역 확대 등 정부 추가대책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까

정부는 그동안 재경부·건교부뿐 아니라 교육부·국세청·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해 특단의 부동산 안정추가대책을 검토해왔다. 조세·금융·건축·교육 등 분야별로 아직 써먹지 않은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종합대책을 짜온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처방이 나오기보다는 기존 제도를 좀더 세련된 형태로 구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종합대책의 윤곽은 크게 △주택(특히 강남지역 아파트)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죄고 △집 가진 사람한테 물리는 세금을 대폭 올리는 쪽으로 잡혀가고 있다. 이는 “집을 사고 싶어도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대출 비용을 높이거나, 집을 사도 높은 세금 탓에 수익성이 별로 안 좋아지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김진표 부총리)는 말로 간결하게 정리된다. 세금 위주이던 기존 처방에서 ‘금융’으로 정부가 방향을 튼 것이다. 5·23조처, 9·5조처 등 그동안 쏟아낸 수많은 부동산안정대책은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못한 채 금방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금리인상을 포함한 금융쪽 접근은 사실상 부동산대책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사진/ 9월1일 김대영 행정자치부 지방세제관이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쏟아낸 수많은 부동산안정대책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한겨레 김태형 기자)


은행을 다스려 돈줄 끊는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자들은 남의 돈을 빌려 자산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효과(자기 돈 2억원을 투자해 5천만원을 벌 때에 비해 은행돈 1억5천만원을 빌리고 자기돈 5천만원만 투자해 같은 5천만원을 벌면 자기자본수익률이 훨씬 높아진다)를 톡톡히 봐왔다. 너나 할 것 없이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해 투기심리를 억제시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김 부총리는 “강남 집값에는 거품이 끼어 있는데 여기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거품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마구 돈을 풀지 못하도록 은행을 다스려서 강남 주택구입 자금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억제하겠다는 뜻이다.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대표적인 돈줄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0조원에 이른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현재 부동산 시세의 50%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40%로 낮춰 주택자금 공급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둘째,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다.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 한도를 넘어서 대출해줄 수 없도록 하는 조처다. 은행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온 사람한테 대출해주려면 그 액수만큼 다른 기존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당연히 기존에 대출받은 사람들은 담보대출 만기(주로 3년) 연장을 거부당하거나 즉각 상환 압박을 받게 된다. 대출금을 갚을 만큼 큰돈이 없으면 결국 집을 팔아야 할 것이고, 이렇게 매물이 쏟아지면 집값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셋째, 1인당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은행은 담보 물건인 집만 보고 돈을 빌려줬을 뿐 빌려가는 ‘사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1인당 대출 상한선이 정해지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을 경우 이 모두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은행이 빚 갚을 능력 등을 따져 개인별 신용을 할당한 뒤 대출한도를 설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 방안은 주택담보대출의 대손충당금 의무적립 비율을 높이는 조처다. 손실에 대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으로서는 위험비용만큼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여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사진/ 10월9일 열린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진표 부총리(오른쪽)가 김광림 차관과 답변 내용을 상의하고 있다.(한겨레 김정효 기자)


“담보대출 규제로 서민만 죽어날 것”

과연 주택담보대출 고삐를 죈다고 투기심리가 잡힐까? 전문가들은 은행을 통해 주택금융을 축소시키는 방안도, 다른 수많은 대책이 그래왔듯 땜질식 처방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자기 돈으로 강남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큰돈을 갖고 있는 부유층에는 전혀 손을 쓸 수 없고, 반면 돈 없는 사람들만 정책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 대출받지 않고 강남 집을 판 돈으로 또 다른 강남 집을 사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 그래서 주택금융 축소 방안이 “강남 집값은 못 잡고 강남 이외의 집값만 폭락시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특히 상당수 투자자들은 세입자를 낀 채 집을 사는, 즉 집값의 60% 정도를 남의 돈(전세금)으로 조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집값 폭등에 상대적 박탈감과 설움을 겪고 있는 집 없는 서민들의 돈을 빌려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꼴이다. 국민은행경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은 “담보대출 총량 규제로 돈줄을 죄면 투기 수요를 견제하기보다는 신용 상태가 안 좋은 서민과 중산층만 죽어날 수 있다”며 “이런 극약 처방보다는 은행들이 아파트만 보고 돈을 마구 빌려준 행태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보유세 강화 등 세금으로 투기 이익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의 수익성을 확 떨어뜨리는 대책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양도세 탄력세율 15%를 적용해 양도세를 현행 9∼36%에서 24∼51%까지 올리고, 2005년부터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재산세율을 현행 실효세율 0.1%에서 최고 0.9%로 9배까지 올리기로 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재산세와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겠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요즘 부동산시장은 여러 주택을 가진 재산가들이 흔들고 있다”며 “1가구 다주택자들의 현황을 파악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공시지가의 36% 수준인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율을 2006년까지 50%로 높이고, 재산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신축건물 가액을 현행 1㎡당 17만원에서 46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릴 방침이다. 특히 땅을 포함한 전국의 부동산을 합산, 누진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투기 목적의 땅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중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금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강남 아파트가 가져다주고, 집주인이 오른 세금만큼 가격을 더 올리는 구조에서 세금대책 역시 곧바로 한계를 드러낸다.


사진/ 10월9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전문가들은 “금리를 소폭 올려 부동산시장에 경고 사인을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류우종 기자)


요리조리 피하는 투기꾼들 때문에…

정부가 최근 경기 성남의 분당구·고양의 덕양구 및 서울 종로·관악, 인천 남·연수구 등 전국 30여개 지역을 무더기로 주택 투기지역에 포함하기로 함에 따라 전국 70여개 웬만한 중·대도시는 모두 투기지역화됐다. 그러나 전국을 아무리 투기지역으로 묶어도 집값 상승세는 좀체 잡히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투기꾼들이 정부의 개입을 교묘히 피해다니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이 직격탄을 맞으면 강북·수도권으로 옮겨가고, 투기자들의 부동산 구입자금 출처 조사가 강화되면 일부러 은행돈을 대출받아 집을 사는 일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뒤가 구린 자기 돈은 숨겨놓고 출처가 깨끗한 은행돈을 대출받는 것이다. 집값 폭등의 한 요인인 분양가를 정부가 다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도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분양가 규제와 직접 관련된 것이 아파트 원가(인건비+자재비 등) 공개제도인데, 원가가 공개되면 거품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건설회사가 공개한 원가를 검증할 마땅한 방법도 없는데다 업체가 공사비 과대계상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가를 부풀릴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딱 부러진 대책이 되기는 힘들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이것도 안 통하고 저것도 안 통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0.25%만이라도 금리를 올려 부동산시장에 확실한 경고 사인을 보내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투자자들이 정부 대책을 비웃는 가운데 강남 집값이 또 폭등할 경우 “정부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결코 꺾을 수 없다”는 내성만 더 강화시켜 오히려 장기적인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여기서 더 거품을 키우면 나중에 (거품이) 부서지는 것도 더 험하게 부서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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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정면대결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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