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 김수현 기자 cjlee@hani.co.kr

‘신상필벌과 세대교체, 그리고 이공계 약진.’ 올 들어 임원 인사를 단행한 대기업들이 스스로 내놓은 ‘인사평’이다.

실제로 임원 인사의 면면을 따져보면 이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세전 이익 10조3천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 승진자 44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11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섬유, 화학 등의 계열사는 2∼5명 정도의 승진자가 나오는 데 그쳤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방침에 따라 성과보상 차원의 발탁 인사가 78명에 달했고, 해외·기술 인력을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승진 인사 규모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06명이었는데,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해외영업 부문과 마케팅 분야의 승진자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등 뚜렷한 실적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교체의 분위기도 강하게 느껴진다. 삼성은 최고경영자 후보인 전무 자리에 젊고 참신한 인물이 대거 올라왔다. 전체 임원 중 40대 임원의 비율이 인사 전 58%(687명)에서 67%(862명)로 크게 높아졌다. 임원의 평균 연령도 48.3살에서 47.4살로 젊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는 근무경력이나 연공서열보다는 실적과 능력에 따른 인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도 LG전자 신규 임원 24명 중 20명(82%)이 45살 이하다. 신규 임원들의 평균 나이도 43.6살로 지난해(44살)보다 젊어졌다.

고학력자들이 대거 승진한 것도 눈에 띈다. 모든 그룹이 석·박사급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이공계 석·박사와 해외파를 중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154명의 이공계 출신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 중 석·박사의 비율은 34.6%(163명)에 달했고, 전체 임원의 학력 분포에서 석·박사 비율도 34.5%로 높아졌다. 삼성은 지난 2002년 106명, 2003년 122명 승진 등 이공계 임원을 갈수록 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