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 김수현 기자 cjlee@hani.co.kr

임원은 기업의 ‘꽃’이라 불린다. 일반 직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 대우’를 받기 때문에 군대의 장성이나 고위 공직자에 비유된다. 임원에 대한 대우는 기업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의 임원은 웬만한 고위 공직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보수는 부장의 두배가 넘고 자동차와 기름값, 체력단련비 등 부장 때는 없던 각종 특혜가 주어진다. 연봉은 일반적으로 억대에 이르는데, 경영 성과가 좋으면 연봉의 20%에서 많으면 50%의 성과급도 나온다. 부장까지는 회사 규정에 따라 임금 인상률이 정해지지만 임원은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업무 환경과 권한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임원이 되면 부장 때와는 달리 별도의 집무실이 생기고, 비서까지 있어 잡상인 등 외부의 전화를 일차적으로 걸러준다. 외부 인사를 만날 때도 부장 명함을 내밀 때와는 확실히 다른 눈길이 주어지고, 응대하는 사람의 직급도 달라진다. 어떤 기업은 임원의 법인카드 한도가 연간 50억원에 이른다. 다른 기업에서도 임원은 보통 한달에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판공비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부장은 회사의 지시를 따르는 데 그치지만, 임원은 회사의 중요한 전략부터 사원의 월급이나 휴가 문제까지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웬만한 일은 자신의 전권으로 처리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그룹의 임원이 되면 10여가지 이상 대우가 달라진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보수인데, 상무보가 되면 특별 상여급 등을 제외한 연봉만 보통 1억원을 웃돈다. 삼성 임원들은 “임원들의 건강을 특별하게 돌봐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서울 한남동 삼성서울병원 분원에서 정기적으로 특별 건강검진을 받는 혜택도 누린다. 한번 삼성의 임원이 되면 퇴사 뒤에도 특별한 관리를 받는다. 임원은 퇴직하더라도 기존 직장은 물론, 퇴직 임원들의 각종 모임에서 나름대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의 임원은 ‘파리 목숨’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삼성의 임원은 계약직이어서 임원이 되는 순간 연봉계약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 곧바로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간신히 1년만 채운 뒤 옷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직장인은 과장이 될 때와 임원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데, 임원이 될 때의 감격은 과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그 감격을 맛보기 위해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고된 일상을 버텨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