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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02월05일 제49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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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기계를 해고한다

4조 교대제 도입해 일자리 나누기 시도한 유한킴벌리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고용 총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잘 ‘지키는’ 것도 일자리 만들기의 한 축을 이룬다. 4조교대라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괜찮은 일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흔치 않은 사례다. 유한킴벌리는 생산직 1500여명에 대해 기존의 3조3교대 근무방식을 4조3교대(대전공장, 1993) 또는 4조2교대(김천·군포공장, 1997∼98)로 전환했다. 4조2교대제는 24시간 풀 가동되는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근무를 기초로, ‘4일 주간근무 → 3일 휴무+1일 교육훈련 → 4일 야간근무 → 4일 휴무’로 이뤄진다.



유한킴벌리의 4조 교대제는 “사람 대신 기계를 해고한다”는 원칙에서 도입됐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유한킴벌리 역시 일감이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30∼40% 정도의 과잉인력 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그러나 회사는 유휴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대신 교대조를 1조 더 늘려 흡수하고, 상대적으로 낡은 과잉기계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팀장은 “외환위기 직후 인력의 25% 정도를 감원해야 하는 시점에서 김천공장과 군포공장에서 1개조를 더 만들어 인력을 유지했다”며 “1개조가 늘어남에 따라 남은 시간에 교육·훈련을 강화하면 인건비 증가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4조 교대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자 1인당 연간 30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교육훈련이 실시됐다. 교육훈련 시간은 정규근로에 포함되거나 잔업수당이 지급된다.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교육훈련에 따른 숙련 향상을 바탕으로 ‘더 높은 생산성’으로 화답했다. 시간당 상품생산량은 1998년 1만5천개에서 2003년 2만2천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2002년 회사의 영업이익도 1995년에 비해 2.4배, 순이익은 7배나 성장했다. 비록 하루 12시간의 일을 나흘 연속 몰아치기 하는 방식이지만, 1조의 여유를 기초로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고 생체리듬을 회복해 생산에 몰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생산성 향상의 요인이 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동배 연구위원은 “유한킴벌리 사례는 인건비 따먹는 저임금 경쟁을 추구하는 사업장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가격경쟁 전략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교육훈련을 통해 차별화된 품질경쟁을 벌이는 작업장에서는 시도할 만한 일자리 지키기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