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포부… “전당대회의 표심은 우리-한나라 양강 구도로 가는 것”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는 4·15 총선을 계기로 새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총선을 통해 참여정부의 집권 기반을 새로 구축할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또 “(한국 정치의) 주도세력 교체 과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공동운명체”라면서도 “노 대통령에 기대 선거를 치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을 전당대회 다음날인 1월12일 만났다.
재신임 문제를 걸머진다는 각오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정당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이 1등이 되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1인2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것을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말한 일반론이다. 의원선거는 인물 대결이지만, 정당투표는 정당 지지를 훨씬 분명히 반영하니 거기에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신임 연계 기준으로 거론한 게 아닌가?
=그 문제는 대통령이 깊이 생각하리라 본다.
대통령에게만 맡길 문제인가?
=지금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정무수석도 있으니 같이 상의해보겠다.
당의장 경선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총선-재신임 연계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가 생각을 바꾼 듯한 인상이다.
=법률적으로는 대통령의 임기와 총선은 상관이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총선이 신임 확인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애초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국민투표를 거쳐 하야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당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부적절하다. 다만 정치적 성격으로 볼 때 우리당이 1당이 되면 확실한 재신임이 되지 않겠나.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즉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과반수 의석을 얻으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은 당대로 재신임 문제를 걸머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로 내가 (토론 과정에서) 말한 것이다.
재신임 문제 해결 방안을 당이 대통령과 협의해볼 생각은?
=당과 대통령은 공동운명체다. 그럴 필요가 있다.
재신임 문제를 노 대통령과 의논해본 적은
=아직 없다.
-노 대통령이 입당해 평당원을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당의 어떤 직책을 맡는 게 좋을지에 대한 견해는?
=미국 대통령은 당직은 없지만 ‘수석 당원’ 아닌가. 그러면서 정당 지도자이고…. 좀더 연구해보겠지만 명예고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 대통령의 선거 관여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다.
=역시 전례가 없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겉으로 공명선거를 외치면서 뒤로는 공천을 다하고 뒷돈 대주는 과거의 이중적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합법적 테두리에서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게 바람직할까, 아니면 국정에만 전념하는 게 좋을까?
=이 정권은 정치개혁이 소명이다. 5·16 이후 44년간 주도해온 세력을 끌어내리고 주도세력을 바꿔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당만의 소명이 아니며 노무현 정부에 부여된 지상명령이다. 그런 면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공동운명체이다. 다만, 선거는 정당끼리 경쟁해야 한다. 노 대통령에 기대 총선을 치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리 시비’ 대통령 측근 출마에 유보적
이광재·안희정·염동연씨 등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휘말린 상태다. 이들이 당 공천을 신청한다면?
=형 확정 전까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입장에서 그것을 제1원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도 안 된다. 공천 신청을 한다면 자격심사위원회가 판단할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수도권 지역에서 출마 희망자들끼리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은?
=순진무구한 발상으로 현실적이지 않다. 정치는 생물이며 민심은 살아 움직인다. 총선이 93일 남았는데, 앞으로 우리당과 한나라·민주당의 3각 호각지세가 무너지고 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다. 그 축이 기울어지도록 하자는 게 이번 전당대회의 표심이다.
양강 구도를 만들 핵심 전략은?
=국회 정치관계법 개악 과정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협력하면서 고리가 걸렸다. 민주당이 개혁경쟁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기득권을 고수하는 집단이란 게 드러났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1월 말까지 국회 협상이 안 되면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개혁안을 받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꿨고, 민주당도 (정치개혁 관련) 기존의 당론을 싹 바꿨다. 15대 국회 말에 ‘쓰레기 집단을 쓸어내라’는 극심한 혐오와 분노가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폭발했는데 똑같은 행태가 4년 뒤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중심으로 대립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공천혁명을 통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공직후보 심사기구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서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한 여론조사를 할 것이다. 두 가지 시스템이 가동되면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시스템은 기본이되, 당의장으로서 새 인물 등용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면?
=며칠 전에도 미국에서 대학 나오고 로펌을 차려 성공한 변호사와 회계사, 박사 등을 만났다. 나이는 50살 전후였다. 이들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보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기 분야의 확실한 전문성과 개혁성과 참신성 등이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총선에서 우리당이 수호·발전을 주장할,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개혁 성과는 무엇을 꼽고 있나?
=참여정부를 로드맵 정부라고도 하지만, 그동안 준비는 꾸준히 잘해온 것 아닌가.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당이 사실상 없었다는 상황도 고려해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진정한 임기는 4·15 총선부터 새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경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원인은?
=성장의 지체에서 온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갈등과 적폐 속에서도 성장 국면이라는 동태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것이 정체되면서 청년실업,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분배만으로는 안 된다. 성장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 6%만 성장하면 실업도 해결된다. 그런 가운데 왜곡된 분배구조를 조정해가야 한다.
정치권이 할 일은?
=과거에는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생겼지만 이제는 사람을 안 쓰는 쪽으로 투자한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노사관계 불안정 요인도 있다. 경제주체들이 타협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경제단체와 노동단체, 정부, 정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가경제지도자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런 테이블에서 사용자는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남발하지 않고 노조도 파업을 남발하지 않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타협이 필요하다.
-김진표 부총리의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그의 리더십은 별도로 치더라도, 거시정책 운영을 치명적으로 잘못해 경제가 힘들어졌다고 보진 않는다.
대북송금 특검 수용에 ‘아쉬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대북 송금사건 특검을 수용한 데는 나름의 불가피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분열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아쉬움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아쉽다. 그러나 얼마 전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5분 발언을 통해 송두율 교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 그 당이 햇볕정책 승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연설에서 이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면으로 인정하면서 일면으로 격려한 뜻으로 본다.
정치활동 8년간의 가장 큰 업적을 꼽아달라.
=김대중 시대에 입문했으면서도 김대중 시대에 갇히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시대의 다른 정치를 여는 데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를 고민했다. 그래서 2000년 12월(민주당 정풍운동) 김옥두 사무총장에게도 “내 충정을 의심하지 말라. 좀 지나면 어떤 길이 옳은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돌진형은 아니다. 그러나 역풍이 불 때 잠시 멈췄을진 몰라도 등을 돌리진 않았다. 신당 추진 과정에서도 한시도 꼼지락거리지 않은 날이 없다. 정동영이 없었으면 신당이 되었겠느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기의 배경을 자평한다면.
=날더러 이미지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정치를 해온 자세와 태도를 국민들이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