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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01월15일 제4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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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령의 진정한 임기는 총선부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포부… “전당대회의 표심은 우리-한나라 양강 구도로 가는 것”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는 4·15 총선을 계기로 새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총선을 통해 참여정부의 집권 기반을 새로 구축할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또 “(한국 정치의) 주도세력 교체 과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공동운명체”라면서도 “노 대통령에 기대 선거를 치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을 전당대회 다음날인 1월12일 만났다.


재신임 문제를 걸머진다는 각오로

­노 대통령의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하는 방법으로, 정당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이 1등이 되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번 총선에서 1인2표제가 처음 도입되는 것을 상기시키는 의미에서 말한 일반론이다. 의원선거는 인물 대결이지만, 정당투표는 정당 지지를 훨씬 분명히 반영하니 거기에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신임 연계 기준으로 거론한 게 아닌가?

=그 문제는 대통령이 깊이 생각하리라 본다.

­대통령에게만 맡길 문제인가?

=지금 명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정무수석도 있으니 같이 상의해보겠다.

­당의장 경선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총선-재신임 연계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가 생각을 바꾼 듯한 인상이다.

=법률적으로는 대통령의 임기와 총선은 상관이 없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총선이 신임 확인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애초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국민투표를 거쳐 하야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당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부적절하다. 다만 정치적 성격으로 볼 때 우리당이 1당이 되면 확실한 재신임이 되지 않겠나.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즉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과반수 의석을 얻으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은 당대로 재신임 문제를 걸머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로 내가 (토론 과정에서) 말한 것이다.

­재신임 문제 해결 방안을 당이 대통령과 협의해볼 생각은?

=당과 대통령은 공동운명체다. 그럴 필요가 있다.

­재신임 문제를 노 대통령과 의논해본 적은

=아직 없다.

-노 대통령이 입당해 평당원을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당의 어떤 직책을 맡는 게 좋을지에 대한 견해는?

=미국 대통령은 당직은 없지만 ‘수석 당원’ 아닌가. 그러면서 정당 지도자이고…. 좀더 연구해보겠지만 명예고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 대통령의 선거 관여 범위를 두고 논란이 있다.

=역시 전례가 없어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겉으로 공명선거를 외치면서 뒤로는 공천을 다하고 뒷돈 대주는 과거의 이중적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합법적 테두리에서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게 바람직할까, 아니면 국정에만 전념하는 게 좋을까?

=이 정권은 정치개혁이 소명이다. 5·16 이후 44년간 주도해온 세력을 끌어내리고 주도세력을 바꿔내야 한다. 그것은 우리당만의 소명이 아니며 노무현 정부에 부여된 지상명령이다. 그런 면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공동운명체이다. 다만, 선거는 정당끼리 경쟁해야 한다. 노 대통령에 기대 총선을 치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리 시비’ 대통령 측근 출마에 유보적

­이광재·안희정·염동연씨 등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휘말린 상태다. 이들이 당 공천을 신청한다면?

=형 확정 전까진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입장에서 그것을 제1원칙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고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도 안 된다. 공천 신청을 한다면 자격심사위원회가 판단할 것으로 본다.

­민주당과의 재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수도권 지역에서 출마 희망자들끼리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안은?

=순진무구한 발상으로 현실적이지 않다. 정치는 생물이며 민심은 살아 움직인다. 총선이 93일 남았는데, 앞으로 우리당과 한나라·민주당의 3각 호각지세가 무너지고 우리당 대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다. 그 축이 기울어지도록 하자는 게 이번 전당대회의 표심이다.

­양강 구도를 만들 핵심 전략은?

=국회 정치관계법 개악 과정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협력하면서 고리가 걸렸다. 민주당이 개혁경쟁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기득권을 고수하는 집단이란 게 드러났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1월 말까지 국회 협상이 안 되면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개혁안을 받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꿨고, 민주당도 (정치개혁 관련) 기존의 당론을 싹 바꿨다. 15대 국회 말에 ‘쓰레기 집단을 쓸어내라’는 극심한 혐오와 분노가 낙천·낙선 운동을 통해 폭발했는데 똑같은 행태가 4년 뒤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중심으로 대립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공천혁명을 통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공직후보 심사기구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에서 무작위 표본추출을 통한 여론조사를 할 것이다. 두 가지 시스템이 가동되면 그런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시스템은 기본이되, 당의장으로서 새 인물 등용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면?

=며칠 전에도 미국에서 대학 나오고 로펌을 차려 성공한 변호사와 회계사, 박사 등을 만났다. 나이는 50살 전후였다. 이들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보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기 분야의 확실한 전문성과 개혁성과 참신성 등이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총선에서 우리당이 수호·발전을 주장할,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개혁 성과는 무엇을 꼽고 있나?

=참여정부를 로드맵 정부라고도 하지만, 그동안 준비는 꾸준히 잘해온 것 아닌가.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당이 사실상 없었다는 상황도 고려해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진정한 임기는 4·15 총선부터 새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 경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원인은?

=성장의 지체에서 온 것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갈등과 적폐 속에서도 성장 국면이라는 동태적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것이 정체되면서 청년실업,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분배만으로는 안 된다. 성장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 6%만 성장하면 실업도 해결된다. 그런 가운데 왜곡된 분배구조를 조정해가야 한다.

­정치권이 할 일은?

=과거에는 투자를 하면 일자리가 생겼지만 이제는 사람을 안 쓰는 쪽으로 투자한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노사관계 불안정 요인도 있다. 경제주체들이 타협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경제단체와 노동단체, 정부, 정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가경제지도자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런 테이블에서 사용자는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를 남발하지 않고 노조도 파업을 남발하지 않으며 생산성을 높이는 타협이 필요하다.

-김진표 부총리의 경제팀에 대한 평가는?

=그의 리더십은 별도로 치더라도, 거시정책 운영을 치명적으로 잘못해 경제가 힘들어졌다고 보진 않는다.

대북송금 특검 수용에 ‘아쉬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대북 송금사건 특검을 수용한 데는 나름의 불가피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분열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아쉬움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아쉽다. 그러나 얼마 전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5분 발언을 통해 송두율 교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 그 당이 햇볕정책 승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대중 도서관 개관식 연설에서 이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면으로 인정하면서 일면으로 격려한 뜻으로 본다.

­정치활동 8년간의 가장 큰 업적을 꼽아달라.

=김대중 시대에 입문했으면서도 김대중 시대에 갇히는 게 아니라 그 이후 시대의 다른 정치를 여는 데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를 고민했다. 그래서 2000년 12월(민주당 정풍운동) 김옥두 사무총장에게도 “내 충정을 의심하지 말라. 좀 지나면 어떤 길이 옳은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돌진형은 아니다. 그러나 역풍이 불 때 잠시 멈췄을진 몰라도 등을 돌리진 않았다. 신당 추진 과정에서도 한시도 꼼지락거리지 않은 날이 없다. 정동영이 없었으면 신당이 되었겠느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인기의 배경을 자평한다면.

=날더러 이미지 정치인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정치를 해온 자세와 태도를 국민들이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