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떠돌던 음대 입시부정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검찰은 91학년도 서울대 음대 입시 실기시험에서 학부모들한테서 돈을 받고 기악과 목관악기 과목에 학생들을 부정합격시킨 실기시험 심사위원들과 학부모들을 구속했다. 당시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 음대들도 입시부정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적발된 이들은 서울과 지방의 주요 음대 교수와 전임강사들이었다. 이들은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서로 자신의 ‘제자’를 잘 봐줄 것을 부탁하고 사례비를 건넸다. 일종의 ‘품앗이’식 봐주기였다.

이들은 시험장에서 귀를 만지거나 턱을 괴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제자임을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알렸다. 당시 대학들은 입시부정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외부 인사를 심사위원으로 배정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었는데, 검찰에 적발된 학부모들은 시험 당일 새벽 심사위원 배정이 끝나자마자 명단을 입수하는 수완을 발휘해 수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 이후 각 대학들은 심사위원들간의 ‘담합’을 막기 위해 커튼과 칸막이로 입시생과 심사위원들이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거나, 녹음·녹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이 조치가 정상적인 실기시험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입시부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여러 대학들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조치가 오히려 입시부정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들이 입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음대 입시 시장이 워낙 좁아서 한번 ‘문제’를 일으킨 수험생은 다른 대학 입시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대 입시부정 시비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이래저래 어렵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