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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은 안녕하시다 2년 전 돈세탁방지 관련법 통과됐지만 효과 별로 없어… 검찰선 “영장 없는 계좌추적 보장해야”
현금 1억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현금다발이 헌 돈과 새 돈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무겁겠나. 두 가지가 차이는 별로 나지 않지만 헌 돈이 더 무겁다고 하더라. 1억원이면 12kg이다. 내가 예전에 조사할 때 3억원, 즉 36kg을 가방 두개에 들고 가다 허리를 다친 사람을 봤다. 돈 준 놈이 집 앞까지 배달했는데, 뇌물을 받은 놈이 양손에 가방 두개를 들고 집 계단 20개를 오르다 허리를 삐긋했다. 3달 뒤 잡아오는데 허리를 못 쓰더라.”(서울지검 관계자)
모든 은행서 돈세탁 감시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우리나라는 검은 돈의 흐름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해두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돈세탁방지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의심나는 현금 거래’는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하 ‘금정원’·www.kofiu.go.kr)의 감시망에 걸리도록 짜여진 것이다. 물론 ‘돈세탁’(Money Laundering)이라고 해서 돈을 세탁기에 넣고 돌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번 돈은 그냥 쓰면 국세청 등에 걸리니 합법적인 돈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합법적인 돈으로 가장하기 위해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은행쪽은 의심나는 5천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를 발견하면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따라 금정원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금정원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심사분석을 벌인 뒤 돈세탁 행위와 관련된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검찰·국세청·금감위·중앙선관위 등)에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은행 창구에서 돈세탁 여부를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이런 그물망을 통해 비록 정당하게 벌었다고 해도 뇌물 따위로 부정하게 돈 쓰는 일도 간접적으로 막는 것이다. 여기에다 범죄수익규제법은 조직범죄, 거액 경제범죄, 부패범죄 등 109개의 범죄를 돈세탁의 대상 범죄로 규정해 여기에서 얻은 범죄수익의 은닉·가장 행위(돈세탁 행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범죄수익 또는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등은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겉으로만 본다면 감시와 처벌의 장단이 잘 갖춰진 법률 체제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왜일까? 설립된 지 1년7개월째인 금정원에 보고된 의심나는 현금 거래는 지난 6월 말 현재 792건이 전부다. 금정원은 이 가운데 229건을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물론 경제규모의 차이가 크지만,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FinCEN)에 돈세탁 의심 거래로 매달 2만~3만건이 보고되는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금정원 관계자는 “초기에는 한달에 보고 건수가 10건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들어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의식이 개선돼 한달에 100건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금정원 설립 뒤, 과태료 부과된 적 없어
금정원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구에 비해 현금 거래가 일반화돼 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잡화점에서 100달러짜리 현금을 내밀면 이상한 눈으로 처다본다”며 “하지만 우리는 집을 살 때 1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치러도 용인되는 만큼 현금거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문화적 풍토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과 시민단체쪽에서는 상시적 감시망의 효율성을 높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대선유권자연대는 금정원이 계좌추적권을 가지도록 하는 돈세탁방지법 개정안을 입법 청원하기도 했다. 뇌물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지검 한 부장검사는 “의심나는 거래에 대해 영장 없는 계좌추적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대상자의 전체 금융거래 내역을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나는 금융거래와 그 연결계좌만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라며 “떳떳한 현금거래라면 계좌추적을 막을 이유가 없음에도 정치권은 왠지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창현 기자/ 한겨레 사회부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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