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8월07일 제471호 

종이호랑이, 금융정보분석원

국회의 ‘요리’ 과정를 거치면서 ‘의심스런 금융거래’ 추적할 권한 잃어

돈세탁방지 관련법은 2개의 법률로 이뤄져 있다. 의심나는 거래를 신고하도록 한 ‘특정금융거래보고법’과 돈세탁을 하면 처벌하는 ‘범죄수익규제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많은 시간과 우여곡절을 거쳐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돈세탁방지 관련법은 지난 1997년에도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위한 자금세탁 행위’를 처벌한다는 법 조항이 정치권의 반발을 사 무산됐다.

이에 지난 2000년 중반 시민단체가 다시 이 법의 제정운동을 시작했고, 이번에는 정부가 동참했다. 당시 매년 10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돈세탁을 차단하지 못하면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지난 2001년 1월부터 해외여행 경비나 해외이주비 반출 등이 자유로워지는 외환자유화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어 자금세탁 방지제도 도입은 불가피했다.

2000년 11월 정부는 현행 법체계의 뼈대를 이루는 돈세탁방지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국회의원들은 이 개혁법안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돈세탁방지 대상 범죄에 ‘불법적 정치자금 수수’를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정치적 악용의 우려’를 주장하며 계좌추적 대상자에 대한 통보 의무를 보완책으로 들고 나와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갖은 논란과 여러 차례의 무산 끝에 2001년 9월 여야는 돈세탁방지 관련법을 의결하고, 같은해 11월 금융정보분석원이 탄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9번째로 금융정보분석기구(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가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 ‘요리’ 과정를 거치면서 금정원의 계좌추적권 조항은 결국 삭제됐다. 금정원이 의심스런 금융거래로 봐도 추적할 권한이 없으니, 결국 일일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검찰에 검은 돈 추적 의무가 넘어간 것이다.

안창현 기자/ 한겨레 사회부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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