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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남 주자! 주게 하자! 공여 제대혈은행 활성화는 불가능한가… 환자들이 쉽게 기회 얻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조직해야
“지난달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출산 전, 의사에게 제대혈을 기증하겠다고 하자 병원 차원에서는 그런 제도나 절차가 없으니 제대혈 보관업체에 알아보라고 했다. 보관업체에 문의하니 ‘아기가 자라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가족이 보관을 하지 왜 남에게 주느냐’며 의아해했다. 출산 전, 의사에게 제대혈을 기증할 것이라고 하자 정말 기증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제대혈을 보관하면 우리 가족밖에 쓸 수 없지만 기증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96년 이후 50명 어린이에게 이식
언뜻 ‘내 제대혈은 내 아기를 위해 내 손에 쥐고 있는 게 이익이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마다 100만원이 넘는 보관비용을 들여 실제 사용가능성은 낮은 가족 제대혈은행을 대규모로 운영하는 것보다 무상기증을 통한 공여 제대혈은행을 하는 게 사회전체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 기증한 제대혈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의 제대혈 가운데에서도 내 몸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1996년 이후 국내에서 50여명의 어린이에게 제대혈을 이식했으며, 여기에는 대부분 공여 제대혈은행에 기증된 제대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호 동아대 의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3만~5만개의 제대혈을 확보하면 골수이식을 받아야할 환자 중 70~80%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제대혈을 두고 외국에서는 ‘조직이론’과 ‘혈액이론’이 맞서고 있다. 조직이론은 개인이 신체나 장기를 기증하는 것처럼 개인에게 맡기자는 것이고, 혈액이론은 혈액처럼 상업적 이용을 배제하고 사회적 공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에서는 혈액이론쪽이 힘을 얻었는데, 서구와 일본의 경우 공여 제대혈은행이 우세하다. 1988년부터 본격화된 유럽과 미국의 제대혈은행은 공여은행이 주류이고 가족은행이 보완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미국에는 30여개 제대혈은행이 있는데 대표적인 공여은행으로 뉴욕제대혈은행을 들 수 있다. 뉴욕제대혈은행은 뉴욕혈액원에 속한 비영리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여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제대혈 이식에 참여했다. 유럽에서도 1993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환자들이 쉽게 제대혈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있다.
업체로서도 연구개선의 기회
국내 공여은행으로는 메디포스트, 삼성서울병원, 부산경남지역 제대혈은행 등 3곳이 있는데, 이들이 연합해 ‘중앙제대혈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이와 별개로 히스토스템과 차병원에서 운영하는 공여은행이 있다. 이영호 교수는 제대혈 은행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내 3~4개 지역별로 제대혈은행이 설립되고 이들 자료를 공유·조정하는 한국제대혈은행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족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는 벤처업계에도 공여 제대혈은행은 이점이 있다. 이들 업체가 단순히 탯줄혈액 보관을 넘어 각종 장기나 조직 등 세포치료제 회사로 나아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 공여 제대혈은행을 통해 더 많은 조혈모세포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기회가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여 제대혈은행을 통해 다양하고 많은 세포치료제 연구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백진영 아이코드 조혈줄기세포연구소장은 “개인 제대혈은 소유권과 이용권이 독점적이라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이 손을 댈 수 없다. 이식뿐 아니라 난치병 치료를 위한 제대혈 활용을 위해서라도 공여 제대혈은행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는 사기업이 무료로 기증받은 제대혈에 대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는 것도 관리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사례다. 장기의 경우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가 기증자와 이식 대기자를 연결해주는 구실을 하지만, 제대혈은 소관 법령도 공적 관리운영기관도 없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제대혈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면서 탯줄혈액 보관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가족은행에서 공여로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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