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03년07월31일 제470호 

의료행위 아닌 보관행위?

법적 보호장치 허술한 제대혈 사업… 분쟁 생길 경우 해결책 모호

제대혈의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이미 국내에서 제대혈 이식이 수십건 있었지만 관련 법령은 없는 상태다. 골수이식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기증희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한국골수은행협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있지만, 제대혈은 영업·보관·유통 과정 등 모든 과정이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다.

제대혈은행을 운영하는 벤처기업들은 제대혈에서 뽑은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연골·뼈 등을 만드는 연구활동을 벌이는 등 제대혈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만 이 또한 관련 법규는 없다.

현재 제대혈은행은 탯줄혈액 보관시설만 마련하면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대혈은행의 업무 성격이 모호하고 생명과 직결됨에도 ‘의료행위’가 아니라 ‘보관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각 제대혈은행은 다른 보관기준을 내세우고 있다. 제대혈 보관 과정에서 기술 부족과 부도, 화재·수재 등의 재해로 훼손될 경우 예상되는 배상과 책임소재 등을 가리는 분쟁 해결책도 뚜렷하지 않다. 냉동보관고에 수백개씩 한꺼번에 보관하는 바람에 새 제대혈을 보관할 때마다 수백번 뚜껑을 열고 닫게 되어 변질 가능성도 있다. 보관 기준도 논란이다.

제대혈은행이 사전 검사를 엄격히 해 이식에 필요한 양만큼 조혈모세포를 뽑지 못했거나 감염 등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폐기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제대혈은행은 보관적합성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이를 폐기하고 보관료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 폐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조직적합성항원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경쟁업체들은 “제대혈에서 뽑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할 때 생길 수 있는 거부반응을 알 수 있는 검사인데, 이를 하지 않으면 이식 수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사를 하지 않는 기업쪽은 “그런 비판은 가족 제대혈은행의 특성을 모르는 이야기다. 가족제대혈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아프면 이식수술에 사용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있을 수 없어 조직적합성항원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한다.

일부 업체는 제대혈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하거나 상식 밖의 리베이트를 병원쪽에 지불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제대혈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비해 법적 보호장치가 너무 허술하다. 정부 당국은 나름대로 제대혈은행의 실태 파악을 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이 없어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제대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해외 사례를 수집해 다음해에는 법을 만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제대혈 이식수술 때 보험이 적용되면서 탯줄혈액 보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제대혈 보관·관리 등 제대혈 가이드라인에 대한 근거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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