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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도 못 잡는 집값? 여전히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중구난방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집값이 너무 많이 뛰었다. 그래도 값이 얼마든 지금 일단 집을 사둬야 하는 게 아닐까.’ 2000년 초부터 바람을 타기 시작한 집값 폭등현상은 ‘아파트가 돈 벌어준다’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이는 불패의 신화처럼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은행돈을 빌려서든 일단 ‘저질러 놓고’(집을 사두고) 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투기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온 서민들조차 집을 사둬야 안심한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진흙탕처럼 어수선하다.
대책 피해 돌아다니는 투자자들
그러나 논란만 부글부글 끓고 있을 뿐 딱히 어느 쪽이 진실이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 폭등은 학군이나 입지조건, 재건축 등으로 상당부분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강남, 강북 지역을 합쳐 아파트 값이 평당 1천만원대로 뛴 자산 인플레 현상(상자기사 참조)은 설명이 그리 간단치 않다. 어찌 보면 거품론과 펀더멘털론 모두 ‘믿음의 영역’에 가까울 뿐이다. 물론 버블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값 폭등 자체가 이미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등장했고, 서민들의 정서적 불만도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경제학)는 “버블 논쟁을 넘어 집값이 또 한번 뛰기 시작해 90년대 초에 그랬던 것처럼 목매달아 자살하는 서민들이 생겨난다면 정권 차원에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정부와 민주당은 최근 각종 집값 안정대책을 숨가쁘게 쏟아내고 있다. 세제든 부동산 거래제도든 집값을 다스리는 데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5월8일 이후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6월중순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일반아파트 분양권전매 전면금지 △주상복합아파트까지 분양권전매 금지추진 △1가구2주택 양도차익에 대해 기존 양도세 외에 특별부과금 검토 △재산세 및 종토세 과표 현실화 △부동산가격 급등지역에 대해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최고 15%포인트 인상) 등이다. 오늘은 민주당, 내일은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식으로 거의 매일 한건씩 터뜨리고 있다. 분양권전매 전면금지 등 강도 높은 대책도 나왔다. ‘투기’란 말을 되도록 피하고 대신 ‘시장안정’ 도모를 내세우면서 엄포만 놓았던 지난해의 부동산 대책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처방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투자자들은 대책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 투기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전매 금지조처 이후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상복합아파트와 비투기지역 아파트 시장이 급속히 과열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마포구에 분양하는 주상복합 ‘트라팰리스’에는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이 동두천시에 분양하는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도 관람객들이 갑자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진 경기도 양주·동두천·의정부도 이상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분양권전매 금지 바람을 피해 옮겨다니는 통에 그동안 집값이 별로 움직이지 않던 지역까지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 대책 전혀 무섭지 않다”
각종 대책이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뒤에 뒷북 치듯 사후처방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한창 오른 뒤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책을 내놓아봤자 투자자들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옮겨가 있다.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나오듯 투기바람이 비투기지역으로 점점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세금을 많이 때려도 집을 산 사람과 판 사람이 시세차익을 갈라먹으면서 세금을 함께 부담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투자자들은 다들 정부 정책의 맹점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치고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당국과 투자자들간에 쫓고 쫓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실상 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막대한 투기소득’에 비해 ‘세금은 새발의 피’라고 말할 정도다. 약간의 숫자 조정 정도로 찔끔 올린 세금이 투기소득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격이다. 세무조사라는 칼을 뽑아들어도 한번 내질러보는 ‘엄포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정부 스스로 말하지 않는가 집값이 폭락하면 가계부실은 물론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을 마구 늘린 금융기관 부실까지 겹쳐 경제 전체가 큰일난다고. 서민 주거안정이니 뭐니 하지만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 떠도는 말이다. 정부가 사실은 집값을 떨어뜨릴 의지도 없으면서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워 생색용 대책만 잔뜩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빚 내서 집을 사는 등 워낙 큰 돈이 부동산에 들어가 있다.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터지면 경제에 쇼크가 온다. 요즘의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집값 상승 자체를 잡겠다기보다는 상승속도를 조절해 ‘급등’을 잡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집값 급락을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는 판인 만큼 시장에서 정부대책을 비웃는 건 당연하다.
분양권 전매 금지, ‘피라미’만 잡는다
그런데도 정부가 여러 부동산대책들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뭘까? 우선 최근 통화당국이 금리를 4.0%로 더 내린 조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뛸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가 사전 정지작업으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해지는 것을 막자는 것이지 폭등한 부동산 값을 급격히 냉각시킬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따라 시중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더 몰려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미리 울타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잡기로 보는 축도 있다. 실물경기가 나쁘고 임금도 오를 가능성이 적은데다 물가마저 불안한 상태인데 또 한 차례의 집값 급등으로 주거부담이 더 커지면 서민들의 원성과 저항이 커져 총선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 개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성격을 바로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단속해야 할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데다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이 당장 터져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잇단 투기지역 지정에 따라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아파트 자체는 늘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행정인원이 동원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거래가를 제대로 감시하기도 어렵다. 투기 목적의 주택소유 욕구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등)를 대폭 올리거나 양도차익을 국가가 전액 환수하는 특단의 조처가 동원되지 않는 한 폭등하는 집값을 다스리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안타깝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내려갈 때 정책수단을 동원해 더 가파르게 떨어지도록 만들 순 있지만 오르는 집값을 잡기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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