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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청와대, 럭비공 튈라 2인자 권한 줄인 3두마차 체제로 개편…야심찬 변신에 내부혼선·정보독점 등 지적
직제를 전면 개편해 새롭게 출범하는 청와대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보좌관’의 ‘3두마차 체제’가 파열음을 내지 않고 순탄하게 굴러갈 것인가. 청와대와 내각, 총리실이 엇박자를 내지 않고 유기적으로 돌아갈 것인가. 전·현직 청와대 근무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방향은 좋은데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문제”라며 긍정적이지만 조심스런 견해를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의 골격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정권의 2인자’ 노릇을 해온 비서실장의 권한이 크게 줄어들고, 각 부처를 관장하는 수석실이 폐지되는 등 이번엔 어느 때보다 변화의 폭이 넓다. 대통령과 직접 상대하는 보좌관제 도입과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분리 등 전반적으로 미국 백악관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역력하다.
백악관 벤치마킹… 골격 확 바꿨다
종래의 체제에선 정책기획수석이 수석실 간의 조정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정책기획수석이 다른 수석들과 동급인 차관급이어서 제대로 조정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사실상 비서실장이 조정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다. 그런데 비서실장은 대체로 정치인 출신이어서 조정업무에 어두웠다. 비서실장으로서 조정업무를 제대로 해낸 인물은 박정희 정권에서 7년 넘게 비서실장을 한 김정렴씨 정도가 꼽힌다. 재무부 요직을 거친 관료출신인데다 비서실장을 하도 오래 하다 보니 업무를 훤히 꿰게 되고 조정업무도 능란하게 해냈던 것이다. 새롭게 바뀐 청와대 시스템에서는 장관급인 정책실장이 정책기획수석을 거느리고 업무조정 역할을 맡는다. 업무혼선을 좀더 깔끔히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일단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정책실장과 대통령을 직접 상대하는 보좌관들과의 관계가 애매하다. 이를테면 특정 현안이 발생했다고 보자. 담당 보좌관들은 대통령과 협의해 대응방안을 각 부처의 장관들에게 전달한다. 이와 동시에 큰 틀에서 관련 업무를 다루는 정책실도 돌발상황에 따른 대응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때 정책실과 보좌관의 결론이 같으면 좋지만 다를 경우 일선 부처에선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대통령이 갈래를 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령에겐 현안들을 직접 챙길 만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을 거친 강봉균 의원은 “직제개편안을 보면 청와대는 대통령 관심사 중심으로 가동시키고 일상 업무는 총리실쪽에 넘기겠다는 구상인 것 같다. 잘 돌아가면 개혁 프로그램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업무혼선이 빚어져 대통령이 일일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넘길 건 넘겨 총리실 제구실 유도
강봉균 의원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동안 각 수석들이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들을 통해 내각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비서관들이 ‘대통령의 뜻’을 팔았다. 종래의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큰 게 아니라 청와대 파견 비서관들의 권한이 컸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각 부처가 따로 놀 수밖에 없었다.” 관료들의 청와대 파견에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 청와대가 부처의 일상적 업무까지 훤히 꿰뚫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감시견’(watch dog)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청와대 시스템은 부처별로 담당 수석이나 비서관을 두는 체제가 아니다. 때문에 청와대가 각 부처의 업무진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없고, 따라서 장악하기도 쉽지 않다. 대신 내각의 일상적 업무에 대한 관장권은 총리실로 넘어간다.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 밑에 1~2명의 차장을 두겠다는 구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일상 업무를 총리실로 넘기는 데 대해선 전·현직 청와대 근무자들 대부분이 후한 점수를 줬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각을 청와대와 총리실 2곳에서 동시에 관장하는 2원체제였지만 현실적으로 총리실은 청와대의 그늘에 가려 제구실을 할 수 없었다. 노 당선자 핵심 측근의 설명이다. “당선자가 부처별 관장 수석실을 없앤 것은 수석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부처를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일반행정은 총리에게 맡긴다. 그렇다면 당선자가 직접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외교안보나 경제 등의 업무에 치중하되 장관을 상대로 직접 챙길 것 같다.”
권위적 경호문화도 수술칼 대라
청와대의 경호문화 개선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권위주의적 경호문화의 잔재가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차단벽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지나가면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조차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뒤돌아서야 한다. 경호요원들이 “뒤돌아서라”며 호통치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청와대 비서실의 수행팀들이 멕시코 대통령이 이동하는 동선으로 길을 잘못 들었다. 멕시코 경호팀은 비표를 확인한 뒤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나타나자 청와대 비서실의 수행원들은 예외 없이 경호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뒤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비서실 직원들이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외국의 관행과는 딴판이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 직원들조차 대통령을 가까이할 수 없는 처지라면 ‘국민과 가까운 대통령’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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