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31일 제503호
열린우리당, '노란 옷' 입은 6월항쟁 주역들

열린우리당 지역구 공천자 분석… 전대협 출신 신진 인사와 함께 관료 · 기업가도 상당수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243명의 열린우리당 지역구 공천자 면면의 가장 큰 특징은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진보적 신진 인사들이 대거 약진했다는 점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의원(37·서울 성동을)을 비롯해 이인영(39·서울 구로갑), 우상호(41·서울 서대문갑), 허인회(40·서울 동대문을), 오영식(39·서울 강북갑)씨 등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공천을 받았다. 또한 정청래(39·서울 마포을), 김용철(40·부산 남갑), 신동근(44·인천 서강화을), 강기정(39·광주 북갑), 김태년(39·성남 수정), 이기우(40·수원 권선), 김두수(40·고양 일산을), 최재성(39·남양주갑), 이철우(43·연천·포천)씨 등도 출전하게 됐다.


△ 전대협 출신의 진보적 신진 인사들. 이들은 국회에 진출할 경우 강한 결속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왼쪽부터 정청래, 김두수, 이철우, 최재성 후보)

70년대 반유신 투쟁 세대는 가고…

이들 그룹은 국회에 진출할 경우 6월항쟁 경험이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강한 결속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84학번에서 90학번 학생운동 경험자로 구성된 전대협 동우회 회원 가운데서 18명의 지역구 공천자가 나온 상태다. 또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사모 활동에 뿌리를 둔 개혁국민당 출신자도 상당수 출마하게 됐는데, 이들도 대체로 같은 성향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김학민, 최민화, 김용석, 이명식씨 등 70년대 반유신 투쟁 세대는 당내 경선에서 대다수 탈락했다.

정청래(39·서울 마포을)씨는 이들 그룹의 이력과 지향의 공통점을 웅변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건국대 85학번인 그는 재학 중 미 대사관저 점거시위 사건으로 2년 징역을 받고 출소한 뒤 “생업이 튼튼해야 민주화운동도 할 수 있다”며 입시학원 사업에 뛰어든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한 그의 학원은 날로 번창해 지금은 마포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는 학원을 경영하면서 전대협 동우회, 임수경씨 후원사업 등에 참여하다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경선 응모자 700여명을 혼자 힘으로 모으면서 ‘꿈에 그려오던’ 공적 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될 경우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언론개혁 작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안티조선”이라며 “조선일보사의 총선후보 소개 인터넷 사이트에는 홍보자료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평가 지지율 하락 원인을 “보수쪽에 손짓한 결과”라며 “보수층은 그럼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은 반면에 지지층은 이탈과 분열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국회에 입성할 경우 동료들과 ‘진보 블록’을 형성해 참여정부가 개혁성을 되찾도록 견인할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공천에선 노 대통령 측근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광재(영월·평창·태백·정선), 이해성(부산 중·동), 염동연(광주 서갑), 백원우(시흥갑), 김만수(부천 소사), 서갑원(순천), 배기찬(대구 북을), 이강철(대구 동갑), 송인배(양산), 정윤재(부산 사상)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문희상(의정부갑), 유인태(서울 도봉을), 조영동(부산진갑), 유시민(고양 덕양갑)씨 등을 합칠 경우 ‘범노무현계’가 20여명에 육박한다.


△ 노 대통령 측근 그룹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들은 성장 이력에 따라 진보 · 보수의 편차가 부분적으로 존재한다.(왼쪽부터 이광재, 백원우, 염동연, 서갑원 후보)

“관료 · 기업인 보수 블록 형성할 것”

노 대통령 그룹에는 성장 이력에 따라 진보·보수의 편차가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빠질 경우 이들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이 최근 탄핵 국면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의 아버지이며 아들”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열린우리당의 공천 명단에는 관료·기업인 출신자도 40여명에 이른다. 전대협 세대와 같은 집단적 결속력을 논하긴 어렵지만 수적으로는 최대 다수를 점하는 유형이 되고 있다. 김진표(수원 영통), 최낙정(부산서), 이근식(서울 송파병), 강길부(울산 울주), 안병엽(화성), 추병직(구미을), 김용문(밀양·창녕)씨 등 전직 장·차관들이 대거 합류했다. 관료·기업인들이 상당수 열린우리당을 찾은 것은 여당 프리미엄과 ‘올인 전략’ 따위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관료 · 기업인 출신은 수적으로 최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 보수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왼쪽부터 박상돈, 김진표, 정해주, 이근식 후보)

관료·기업인의 영입은 정치 노선보다는 인물 경쟁력, 즉 “깜이 되니까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 자민련에 몸담았던 정해주(통영·고성) 전 국무조정실장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전고·육사를 졸업하고 충남도 기획정보실 실장(이사관)까지 지낸 지방행정 관료 출신 박상돈(55·천안을)씨의 이력을 살펴보자. 그는 2002년 관료 생활을 마치고 자민련 천안시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뒤로 자민련쪽의 총선 후보 ‘내락’을 받고 기다리다가 “알고 보니 나는 들러리였음”(본인의 표현)을 알게 된 다음에 영입 제의를 받고 열린우리당 공천장을 받게 된다. 그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적인 시대 흐름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다”며 “그러나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지나치게 급진적인 진보로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직 경험이 풍부한 나 같은 인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런 흐름을 두고 “관료·기업인 출신들이 당내에서 상대적 보수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선전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경우, 이들 인물군이 전대협·개혁국민당 출신 블록과 당내 대척점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는 토착후보들 강세

열린우리당의 당내 경선에선 중앙무대 이력보다는 해당 지역사회의 기반이 강한 토착후보(또는 ‘풀뿌리형’ 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자수성가형 무명 중소기업인과 기초·광역 의원 출신자가 대거 공천 티켓을 거머쥐었다.


△ 당내 경선에서는 토착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정치 노선은 다소 불분명하나 보수 성향이 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왼쪽부터 구논회, 송미화, 김재실, 김종구 후보)

이들의 정치 노선은 다소 불분명하다. 이들 가운데 송미화(43·서울 은평을·전 서울시의원)씨는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를 외치는가 하면, 김종구(50·서울 영등포을)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 정치에 치우친 점은 실책이었다”며 보수세력과 비슷한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아무래도 보수 성향 인물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지방의원 재임 중에 이런저런 비리 혐의로 시민단체들로부터 지탄을 받던 인사들도 상당수 당내 경선의 관문을 무난히 뚫어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지방자치에서 중앙 정치로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게 민주정치의 전형’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17대 국회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박범계 전 청와대 비서관을 경선에서 누르면서 ‘토착후보 약진’ 논란을 빚었던 구논회(44·대전서을·대전행정고시학원 이사장)씨는 “노 대통령이 대선 전까지 미국에 한번도 안 갔다고 해서 ‘토착후보’라고 깎아내릴 수 있는 거냐”며 “토착후보라는 딱지 붙이기는 지방분권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시대착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