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31일 제503호
신기남 열린우리당 선대본부장 “17대 국회에서 언론개혁 추진”

신기남 선대본부장이 말하는 우리당 정책… “1당 돼도 안정보다 개혁이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에서 어떤 과제에 주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 차원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17대 국회 입법 1호로 불법 정치자금 국고환수법, 입법 2호로 재래시장특별법…’ 등으로 비전이 모호해 보이기 때문이다.


△ 사진/ 이용호 기자

이런 가운데 신기남 선거대책본부장은 3월2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건전한 여론 형성을 막는 언론시장 독과점 해소를 위한 언론개혁” “집회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집시법 재개정”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과거 국회에서 다수 수구세력에 눌려 추진하지 못했던 개혁과제들을 본격적으로 현실화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장에 이어 2위 득표로 상임운영위원에 당선됨에 따라 정 의장, 김근태 원내대표와 함께 당내 3대 실력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개악된 집시법 재개정 해야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은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

=신당을 시작할 때까지도 이상은 좋지만 현실이 따라와줄지에 대한 의구심을 우리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젠 안정 의석, 1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1당이 되면 처음의 모험심과 개혁 의지가 후퇴하지 않겠나라는 의심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나는 초지일관이 중요하다고 본다. 안정이란 이름 아래 개혁성을 포기하지 않고 초심대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이 내건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라는 목표가 총선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된다고 가정할 때, 그 이후의 정체성 또는 노선은 뭐가 되겠나.

=물론 우리당도 여러 세력이 합친 연합세력이기 때문에 개혁에 대해 내부 저항이 있을 것이다. 요즘 총선전략을 놓고 민생·경제 안정이냐 민주수호냐라며 이견이 표출된 것도 그런 맥락이다. 1당이 되는 전략으로 개혁보다는 안정을 강조해야 한다는 사람이 당내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혁을 강조하는 게 정체성을 분명히 할 뿐 아니라 표도 얻는 길이다.

-구체적인 입법과제 구상은?

=탄핵규탄 촛불집회 주도 인사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검찰의 태도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 현행 집시법은 16대 국회 말에 한나라당의 드라이브로 개악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천정배 의원이 나선 반대토론을 하는 등 개악을 막으려 했지만 소수라서 묵살됐다. 현행 법은 국민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켰으며 단속 경찰의 재량을 너무 키웠다.

-현행 집시법은 참여정부가 발의한 것 아닌가.

=그건 그렇다. 정부도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을 의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법률을 정부 입법으로 하면 안 된다. 정부는 늘 보수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가게 돼 있다. 국회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분야 개혁은?

=언론시장이 혼탁하고 상업화돼 있다. 언론보도 내용을 간섭할 순 없지만 시장독점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의 시장독점 구조는 어두웠던 군사독재 시절에 뿌리를 둔 것으로 옳지 않으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건전한 여론 형성에 장애가 된다. 유럽식 모델을 본떠 정기간행물법과 언론중재법 등을 정비해야 한다. 수구층이 주류를 이룬 그동안의 국회에선 언론개혁 논의 자체가 터부시되었지만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면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재벌정책, 좀더 토론이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건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 노선, 즉 동반성장론도 그동안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다.

=자유경쟁과 시장경제를 존중하되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생산적 복지가 이론상으로는 강조됐지만 현실적으론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리드하는 국회에서는 가능해질 것이다. 거기에 신경을 쓰고 논쟁을 벌이겠다.

-최근 이헌재 경제팀의 경기활성화 대책을 개혁의 후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아무래도 경제성장의 성과를 보여주려 할 것이며, 대통령도 거기에 이끌릴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 대립해서 조화를 이룰 책임이 국회에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선 복지 문제가 나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주장만 난무했다. 한나라당이 오히려 더 정부와 죽이 잘 맞았다. 그러나 우리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정부를 이끌고 견제할 것이다. 당정 협의도 협조하되 견인하는 협의가 될 것이다.

-재벌정책은?

=경제정의 측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나 세제개혁 따위가 근본적으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도 총선 공약에서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모순되는 주장 아닌가.

=정책 파트와 우리 개혁파 인사들이 좀더 토론해야 할 문제다. 투명하게 토론이 진행되어야 하며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총선 이후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재론될 가능성은?

=파병 문제는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해 정부 요청대로 국회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당론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급변하는 국제 여건을 고려하면서 순발력 있게 기민하게 대처해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신 의원의 주장과 달리,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총선 행보에선 보수화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우리 지지율이 많이 오른 것은 개혁을 바라는 사람과 함께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면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가져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그 사람들의 표를 얻고 선거 뒤에도 지지를 유지하려면 소수당처럼 너무 선명하게 하면 안 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나는 안정을 명분 삼아 바꾸지 않고 이대로 머물자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국민들의 판갈이 욕구는 강한데 그동안 정치권이 그것을 받아낼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기득권층보다는 서민과 대중을 보고 해야 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등장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문제가 새로이 떠올랐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엄정해야 한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데다 강압과 술수 정치로 민주화를 20~30년간 후퇴시킨 사람이 박정희 아닌가. 그런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도 정치권에 있는데 동감할 수 없다. 분명히 판단하고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동영 의장도 기본적인 생각은 나와 같다. 정 의장도 유신 때 짧은 기간이지만 감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으며 우리끼리 그 시절에 대한 분노를 많이 토로한다. 다만 그쪽을 지지하는 표를 잃는다거나, 대구·경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손해라든가 하는 면을 고려해서 정 의장은 순화된 표현을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박정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 득표에 손해라는 주장을 믿지 않을 뿐더러, 표를 의식해 그런 식으로 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의원들이 내각에 상당수 참여해야

-총선 이후 개각 때 의원 입각 문제는?

=지난 1년간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는 의원에게 맡기고 정부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여당 의석이 워낙 적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총선 이후 새로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당과 정부가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정책이 내각에서 실현될 때 방향도 제대로 되고 힘도 실린다. 의원들이 상당수 참여해야 한다. 노 대통령도 수긍할 것으로 생각한다.

-총선 뒤 민주당과 관계 설정은?

=민주당은 총선 이후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호남 자민련’ 형태로 존립할 것 같지도 않다.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는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는?

=민노당은 새로운 세력으로, 국회에 상당수 진출할 것으로 본다. 민노당은 우리당과 국정을 놓고 토론하는 건전한 파트너 또는 건전한 경쟁관계를 이룰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쪽이 굉장한 강성이기 때문에 공조는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