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3월02일 제499호
“대북송금 정당성 국민이 평가해줘야”

대북송금의 역사적 정당성 국민적으로 평가해줘야… 열린우리당 지지하지만 관권동원은 없어

정리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편집자= 노 대통령과의 문답록 주요 내용을 주제별로 재구성해 다음과 같이 옮긴다. 인터뷰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나온 △봉급 저축 △흡연에서 금연으로 △측근 문제 등 개인사적 성격의 문답은 별도로 추려냈다.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여러 자리에서 국정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가 뭔가?


△ 노무현 대통령은 "실제의 회사가치보다 미래가치가 주식값이다. 아직도 노무현의 미래가치는 괜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째로 지난 1년간 상황은 어려웠지만 큰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그런 대로 안정되게 관리해왔다.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쁜 문제는 무난하게 관리되고 있고, 긍정적인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외부의 평가는 별개로 해두고 스스로 평가해보건대 시스템이 잘 정비돼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큰 실책이 없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으나, 1년 안에 성과가 드러나는 그런 정책은 원래 없는 법이다. 성과가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전체적으로 기조에 대해서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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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 수용 1돌- “특검은 최선의 방법이었다”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 특검을 수용한 지가 1년이 되어간다. 당시 나름의 불가피성도 있었겠지만, 특검 시행에 따른 정치·사회적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히 있는 것 같다. 당시의 고민은?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다. 대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표출된 모든 여론의 요구는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특검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러 편법과 문제된 사실들이 끊임없이 설이나 단서로 공개되고, 국회와 언론이 온갖 추측들을 제기했을 것이다. 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거부할 수 없었다. 이젠 누구도 진실을 일시적으로 덮을진 몰라도 아예 피해갈 순 없는 시대이다.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원칙을 특검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푸는 기본 원칙으로 삼으려 한다.

-대북 비밀교섭 공간이란 게 본래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그 문제의 수위를 적절하게 잘 조절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저는 이 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크게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관계도 이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하나도 없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이 수준이 있어 대개 두 가지(대북 교섭 취지와 편법 문제)를 잘 분리해서 보는 것 같다. 그 뒤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햇볕정책 또는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지지세력이 갈라짐으로써 동력이 떨어진 측면은 있지 않은가?

=특검 수사 때문에 그런 갈등이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런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기본 입장에 차이가 있어서 거기에서 대북송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생긴 것 아닌가.

또 하나의 측면은 추상적인 원칙과 목표를 주장하는 것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차이가 있는데 거기서 항상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좀더 빠른 속도의 진보, 좀더 선명한 민족 노선을 이야기하는 분들에게 정말 한번 일을 맡겨보았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자리를 바꿔놓아도 생길 것이다. 어쨌든 추상적 원칙을 추구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학자·언론인·시민사회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실행해나가야 하는 정치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떤 취지 때문인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시 문제된 것은 (송금 과정의) 편법적 처리가 위법이었다는 것 아니었나. 그러나 같은 위법이라도 개인적으로 치부를 하자는 욕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출세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과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었다. 거꾸로 생각해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결과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 편법이 아니었다면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 아닌가.

동기의 순수성, 동기의 정당성 같은 것을 우리가 인정해줘야 하고 결과로서의 성과도 우리가 인정해나가야 큰 일들을 풀어나갈 수가 있다. 그래서 사후적으로라도 그런 과정(사면)을 통해서 국민적으로, 절차는 투명하고 정당하게 하기로 하되, 이와 같은 노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주는 의사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북핵 특사 역할을 맡기자는 아이디어를 열린우리당에서 거론한 적이 있다.

=아마 김대중 전 대통령께 여쭤보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쪽도 “우리 생각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이디어의 취지는 김 전 대통령의 경험과 상징성을 활용하자는 차원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그런 경우가 있으면 도움을 청하겠다. 문제는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분을 쓰기 위해서 억지로 일을 만든다고 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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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의 미래- “해결의 키는 북한과 미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문제의 해결 전망은? 대통령 임기 중에 해결될 수 있을지?


=저는 단기적인 해결을 목표로 설정하지도 않는다. 또 언제 해결될지를 명확하게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걸리는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이번 베이징 2차 6자회담에서 그래도 조금 예측 가능한, 궤도 위에 올려놓으면 좋지만 그렇게까진 되진 못하고 차를 도로 위에 올려놓은 수준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안정된 운행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2차 6자회담에 앞서 낙관적인 해결 전망을 이야기한 적도 있다. 근거는 무엇이었나?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력이 낙관적 전망의 근거이다. 올바른 원칙 아래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해나가면 파멸적인 상황은 피하도록, 즉 북한과 미국 어느 쪽이든 파괴적인 상황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조정해나갈 수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는 없나?

=지금 주도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히 관여하고 있다. 해결의 키는 북한과 미국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궤도를 이탈해서 충돌해버리거나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해나가고 끊임없이 대화의 레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며, 좀더 긴밀히 한발씩 접근하고 양보하도록 끌어가는 일은 한국이 하고 있다. 관리라는 측면에선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마지막 해결이라는 측면에선 결국 미국과 북한이다. 한국의 역할을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여는 방안은?

=남북 정상회담은 지금 적절치 않다. 정상회담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핵 문제는 남북간 비핵화 합의에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문제다. 미국도 남한의 의사 여하에 불구하고 미국의 독자적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유감스럽더라도 이 문제에 한국이 당사자라고 우기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사자라고 해야 한국인의 자존심이 살겠지만, 한국이 주된 당사자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얘기다. 어쨌든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가이다. 또한 핵 문제에 관한 한 중국·러시아·미국 등 핵 강대국들이 세계 핵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이를 제어할 힘을 그 밖의 누구도 갖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도 그럴 힘을 못 가지고 있다. 인정해야 한다. 그 질서 속에서 북-미간에 핵 문제를 갖고 밀고 당기고 있는데 왜 남한이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느냐고 자꾸 얘기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며 일만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그 문제를 정상회담으로 풀겠다고 하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다.

북한에게 이 문제는 생존 카드이다. 그 문제는 그렇게 딱 잘라 말씀드리겠다. 현실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낭만적 생각으로 외교를 풀어가면 그야말로 위험에 빠진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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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정책과 참모라인- “국정원, 고영구 속도에 맡길 것”

-지난 1년간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노무현 독트린’이라고 할 만한 일관된 정책 기조는 무엇인가?


△ 고영구 국정원장(오른쪽)과의 한 때. 그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밝혔다.

=원칙이 있는 현실주의, 또는 현실적인 조건과 결과를 존중하는 원칙주의, 이것이 지난 1년간 해왔던 외교의 원칙이다. 결코 미래에 대한 이상이나 지향 없이 현실과 편리한 대로 타협하지 않았다. 반드시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을 갖고 가지만 현실적 조건을 존중하면서 가능한 일을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간다. 그것이 대체로 지금 상황에서 안정된 관리이자 안정된 진보라고 생각한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을 교체할 무렵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외교부 일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임자에 비해 자주외교와 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는 반기문 장관이 후임으로 기용되었다.

=윤영관 장관의 도중 하차는 본인의 잘못이 없는 우연한 사고로 본인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서는 큰 원칙에서 논의하며 결정이 되면 그 틀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되진 않는 법이다. 그러다보니 실무적 차원의 약간씩의 차이에서 비롯해 (부처·기관간의) 주도권이나 감정적인 충돌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가 외교부 공무원들이 술자리, 밥자리에서 대통령을 비방하게 된 것 같다. 그러한 사고였다. 대통령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언론에 노출되면서 어쩔 도리 없이 정리하게 됐다.

청와대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대통령에 대해 불손이나 무례를,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범했다고 갈 건지(편집자=공직 윤리 문제), 아니면 이것이 언론에 표출되는 과정에서 그런 불만(편집자=외교노선 문제)이 있었다고 할지를 놓고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으냐를 고심했다. 그런데 어느 쪽도 다 문제가 있어서 (뚜렷하게 문제의 성격 규정에 관한) 정리가 잘 안 됐고, 발표도 정리가 잘 안 된 경우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인사수석의 발표가 사실에 가까운 발표라고도 볼 수 있다. 큰 틀에서의 노선 충돌이 아니라 실무적인 미묘한 차이라고 한 것이니까. 그래서 (정 수석의 발표가) 사실에 가깝게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근 국정원 서동만 기조실장이 교체되면서 국정원 개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저는 고영구 원장이 잘할 거라고 본다.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고 원장과 서 실장 사이에) 약간의 의견 대립이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원장 중심으로 힘을 모아줘야 된다. 그것으로 인해서 국정원 전체의 개혁 방향이나 속도에 크게 영향은 안 받을 것이다.

국정원은 급진적 개혁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고영구 속도로 맡겨두면 될 것이다. 당장 잘하고 있으며, 당장 국정원에서 크게 무슨 이념 사건을 새롭게 일으킬 일도 아닌 것 같다.

-국정원 개혁의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 개입은 완전히 없어졌다. 앞으로 국정원이 해야 될 일은 가끔 지역에서 토착세력과 유착한다는 의심을 받았는데 그것을 잘 해소해야 한다. 다음에는 과거에 묻혀져 있는 비밀들을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민들 앞에 공개할 것은 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 냉전적 시각을 불식시켜나가는 일들이 개혁의 과제이다.

나머지 일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산업기술 보안, 국가 기간통신망, 인터넷 보호 기능들, 그리고 각종 테러정보 제공 등은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몇 가지 개혁 과제는 서둘러 할 것은 아니며 차근차근 제 임기 중에 마무리해갈 것이다.

-취임 초에 국정원 정치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예 수집도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정보는 언론보도에 주로 의존하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사람들이 뭘 하는지 몰라도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몰라도 잘 간다. 한나라당을 쪼개려고 공작할 일이 없으며, 대통령이 개입할 수도 없고 해봤자 소용도 없다. 오죽하면 정무수석 자리를 비워두겠느냐. 단 한 석의 (열린우리당) 공천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초창기에 더러 나한테 누가 의견을 물어보러 오길래, 제발 오지 마라고 했다.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나하고 맞으면 그냥 서로 돕고 가는 것이다. 장관들한테 가급적이면 열린우리당하고 정책 협의를 해라. 정책 협의야 그냥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제발 나한테 묻지 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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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추가파병- “이른바 ‘전투’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7일 종교·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18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추가파병을 처음 논의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결정할 것처럼 설명했다가 다음날 파병 원칙을 전격 발표했다. 10월20일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일정을 의식한 결과 아니냐는 궁금증이 나왔다.


△ 2월23일 열린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창설식. 노무현 대통령은 "전투에 휩쓸려 들어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때 원로들을 초청할 때는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만 시기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조급한 일정이 되어버렸다. 좀 여유를 두고 자문을 구하려고 초청하려 했는데, 어떻게 진행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다급하게 돼버렸다.

APEC 이전에 발표한 것은 부시 대통령을 만나서 협의하고 돌아와서 발표하는 방법, 만나서 그 자리에서 전달하고 발표하는 방법, 미리 발표하는 방법 등 3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당시는 발표를 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판단했다.

(그 결과) 실제로 APEC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정상의 공동 보도문이 그 시기 이전의 여러 가지 다른 상황보다는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표현이 들어갔다. 직접적인 교환 조건은 될 수 없는 일이지만 상호간에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닌가.

물론 (파병을)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그때 된 것이었다. 국민들의 의견 중간치가 어느 정도 모아졌고, 애매하지만 유엔 결의도 있던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시점을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파병부대의 구성이 전투부대 중심이어서 애초 정부가 표방한 재건지원 위주라는 원칙이 퇴색했다는 시각도 있다.

=보통 특전사라고 하면 공격기능 중심의 전투부대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갖고 있는 군부대 중에서 우수한 민사작전 능력을 가진 부대가 특전사이다. 그래서 특전사가 된 것이지 전투 잘하라고 특전사를 뽑은 게 아니다. 한국군이 가서 전투할 곳이 없으며 전투할 상대도 없다. 방어가 중요하다. 이른바 전투는 없을 것이다. 전투병을 보내서 전투를 한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파병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의지도 분명하고, 전투에 휩쓸려 들어갈 상황도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통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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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 “돈문제로 지체말고 하루빨리 반환”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최초 한국쪽 요청으로 시작됐으니 한국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해외 미군 운영전략 변경 때문에 이전 논의가 가속화됐다. 사정 변경의 원칙에 따라 비용분담 비율을 재조정할 수는 없나?

=한국쪽의 요구냐 미국쪽의 필요에 따른 것이냐가 논란거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90년 이래 한국쪽의 요구로 이 문제에 관한 합의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확인해왔다. 미국쪽의 필요는 최근에 새롭게 발생한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에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합의를 전면적으로 뒤집고 새로 하자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돈도 안 들고 기지 이전도 하면 좋겠지만, 돈이 어떻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용산을 하루빨리 반환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시 협상하자고 해봐야) 오랫동안 옥신각신할 것이며, 그런다고 우리 뜻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다.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뭔가 빨리빨리 진행되길, 그때그때 하나하나 정리되길 바란다. 최선을 다해 협상하되 기본적으로는 원만하게 지체시키지 말고 처리하자는 생각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비용이 3조~5조원에 이를 텐데.

=부담할 것은 해야 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경제적일 것이다. 용산 땅을 돌려받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함께 기쁘고 자랑스러워할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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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당-총선-재신임 “민주당 재창당이 내 희망이었다”

-지난해 민주당이 분당을 놓고 진통을 겪을 때 대통령이 배후에서 작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당시 대통령의 진짜 생각은 뭐였나?

=민주당 재창당이 내 희망이었다. 즉, 민주당의 구주류 세력이 주도하지 않고 새로운 세력이 주도하는 정당을 원했다. 정당의 지도자상이 새로운 시대 상황에 맞아야 하고, 그래서 탈지역당을 하고 정치개혁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내가 후보 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말이다. 대통령이 된 뒤로 시비에 휘말릴까봐 말을 조심했을 뿐이지 천하가 다 아는 일 아니냐.

추미애, 조순형 의원도 민주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함께 선언하지 않았나. 그게 나중에 안 되니까 결국 저렇게 (열린우리당 창당 같은) 위험한 결단을 한 것 아닌가.

그 결단에 제가 직접 관여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개인적 판단조차 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대로 있으면 주저앉아 밥그릇 싸움이나 하다가 망하는 길밖에 없는데, 망하더라도 결단을 하고 망해야지, 주저앉아서 망할 수 있나. 그게(결단하는 게) 정치를 바꾸겠다거나 역사를 진보시켜나가겠다는 사람의 태도이다.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결단을 하더니 잘하더라. 대통령이 별 도움이 안 된 게 미안할 뿐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로, 대통령이 인기가 높았더라면 분당이 아닌 다른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대통령이 강력하게 개입해 구주류에 메시지를 보냈더라면, 분당하지 않고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볼 순 있다. 그러나 내가 국민들 앞에 약속한 원칙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통령의 인기가 약간 반등하는 듯한 여론조사도 나온다.

=노무현 주가는 정확하다. 실제 회사 가치보다는 미래 가치가 주식값이다. 아직도 노무현의 미래 가치는 괜찮다.

-대통령의 최근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 등을 두고 총선 중립 시비가 나오고 있다.

=사실과 다른 모함, 억지 주장에 밀려선 안 된다. 그런 것은 무시한다.

나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지만, 어떤 행정력도 단 한 사람의 공무원도 선거에 동원하지 않는다고 맹세한다. (장관들이) 그만두고 출마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대통령은 정치인인데, 어디에 나가서 누구를 지지하든지 발언하든지 왜 시비를 거느냐. 알면서 무식한 소리를 하는 것도 문제이고, 언론이 왜 또박또박 받아쓰는지도 모르겠다. 언론은 판단하지 않고 뭘 하냐. 호불호를 떠나서 그러면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니다. 내가 무슨 선거 개입을 했다는 말이냐. 텔레비전에 나갔을 때 (패널들이 열린우리당이) 몇석이나 되면 좋겠냐고 묻기에 ‘많이 되면 좋겠다’고 한 것이다. 또 얼마나 될 거라고 보느냐고 묻기에 ‘많이 될 것이다’라고 답한 거다. 그게 왜 뭐가 어쨌다는 말이냐. 선거 중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제다. 다만 정책을 협의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건 야당과도 협의하는 것이다. 또한 나를 정치적으로 돕는 몇 사람의 비서(편집자=청와대 정무수석 기능을 지칭하는 듯)가 있을 뿐이다.

-열린우리당 입당은?

=저에 대한 수사(특검)를 4월6일까지 한다니까 그때까지 기다리긴 어렵겠지만 전체 윤곽이 이 정도면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싶으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살펴, 적어도 내가 열린우리당에 손해는 안 주겠다는 자신이 생겨야 입당하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워낙 기정사실이 되어버려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책임정치 원리상 적절한 시기에 입당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까지 다니되 관권 동원과는 완전히 분리되는 선거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관권 동원 시비의 잔영이 남아 있어서 문화적으로 생소한 인상은 있다.

=(대통령에게서) 특권을 다 빼앗아갔으면 정당한 권리는 돌려줘야 한다.

-총선 결과와 대통령 재신임 문제의 관계는?

=재신임 문제는 제가 적절한 절차와 시기를 결정해야 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내 결정이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의미가 줄어들 수도 있고 상당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나도 미리 내다보고 결정할 수가 없다. 그 문제는 좀더 지켜보고 가자. 결과적으로는 내가 어떤 시기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는 이미 총선 결과에 규제받게 되지 않겠나.

-열린우리당에선 자신들이 총선에서 선전하면 대통령도 재신임 관문을 통과하는 것으로 주장한다.

=그 대답은 안 하겠다. 조금 보면서, 어쨌든 국민들이 납득해야 한다. 어떤 시기에 어떤 결정을 하든 국민들이 ‘그래. 맞아’라고 납득해야 한다. 또한 구차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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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국정 구상-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

-상황에 따라선 총선 이후가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의미가 생길 수도 있겠다. 총선 이후에 중점을 두려는 국정과제는?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적 통합이다. 그런데 아직도 상대를 인정하면서 타협적 결론을 내는 데 거부감이 많다. 이것 때문에 어떤 문제를 푸는 게 아주 어렵다. 이러한 국민통합의 문화를 더욱더 가꿔나가려고 한다. 그 수단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표결 이전에 타협과 조정을 통해 합의로 끝낼 것은 끝내고 마지막에 부득이한 것을 표결이나 다른 절차로 결정하는 것인데 이게 안 되고 있다. 이것을 꼭 성공시키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토대이다. 노사간·지역간 분열구도를 해소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는 지역이라는 엄연한 분열적 요소가 있다. 또한 분단시대에 비민주적 방법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기득권을 쌓은 이른바 구주류들은 신주류의 등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그 가운데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게 지역간·계층간 분열이다. 나는 적어도 정치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분열의 한 축에 서진 않았다.

-최근 재경부의 토지규제 완화 계획, 건설교통부 장관의 강남 재건축에 신축 대응 발언 등을 놓고 지난해 10·29 대책 이래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작은 정책들이 모여 큰 정책의 틀을 이루는데 큰 정책의 틀에는 모순된 것들이 상호 공존하게 돼 있다. 그러나 부동산에 관한 한 어떤 정책을 도입하든 간에 부동산 안정과 투기 방지라는 목적은 절대 놓치지 않고 갈 것이다.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두고 그 목적을 절대로 놓치지 않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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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독자에게- “강물은 반드시 직선으로 안 간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신임 한총련 의장이 <한겨레21> 기고문을 통해 한총련 합법화를 위한 정부와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을 읽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요즘도 <한겨레21>을 종종 읽는지?

=보고 있다. 시간이 없어 자주는 못 보지만. 비서들이 중요한 기사를 챙겨준다. <한겨레21>의 특별한 컬러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한겨레21>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겨레와 그 독자들에게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정책의 추진 과정에 유연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 강물은 반드시 바다로 가지만 반드시 직선으로 가진 않는다. 그러니 항상 직선의 잣대를 대놓고 (들어맞지 않는다고)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노 대통령이 <한겨레21> 창간 10돌 기념호를 1주 앞두고 자필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제 비판도 대안을 항상 붙여서 가야 된다. 비판과 대안을 함께 가는 시민운동으로, 운동이 전환되어야 한다. 어제 호크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를 만났는데, 그분은 1980년대 시장개방과 민영화, 행정 혁신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노동당 당수이면서도 갈 데 없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구한 것 아닌가. 그러나 이분은 노·사·정 합의틀을 만들어냈고 세계화 속의 빈부격차, 전쟁 위협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는 점에선 좌파적이다. 이분은 이 두 가치를 조화시키면서 총리직을 훌륭히 수행했다.

이젠 좌파냐 우파냐라는 잣대로 봐선 안 된다. 개방도 할 땐 하고 민영화도 할 땐 해야 한다. 민영화도 기업에 따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가) 다 다르다. 그러니 하나하나의 정책을 놓고 그야말로 엄밀한 득실로 평가해야지 그냥 분포표를 딱 내놓고 이것은 좌파적이다 또는 우파적이다라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극복했으면 한다. 이미 토니 블레어 이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이랄지 제3의 길이랄지가 일반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