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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정국 국민 여론조사] “이회창씨 처벌해야” 86.2% ‘대선자금 정국’ 국민 여론조사…검찰수사 공정성 의심하면서도 “야당탄압”에는 무게 안 실어
<한겨레21>은 이번 조사에서 우선 검찰 출두에 앞서 “모두 내가 지시한 일인 만큼 책임지겠다”고 밝힌 이 전 후보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물었다. 한나라당이 서정우 변호사의 구속 이후 “패자에 대해 이렇게 탄압한 전례가 없다”며 ‘역풍’이 불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전 후보의 사법처리에 대해 응답자들의 반응은 쌀쌀했다. “야당 후보였더라도 검찰수사 결과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난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자, 공감 의견이 86.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있어왔던 일이므로 사법처리를 하는 것은 야당 후보에 대한 부당한 정치보복이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6.8%로 공감 의견 38.9%에 비해 많았다. 이 전 후보가 대선자금 모금 내막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79.8%였다.
“시간이 걸려도 철저 수사” 64.9%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검찰수사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별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64.9%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9%는 공정하지 않다(전혀 공정하지 않다 8.3%, 공정하지 않은 편 41.6%)고 답했다. 공정하다는 응답 42.7%를 조금 앞서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68.2%, 지난 대선 때 이 전 후보를 지지했던 66.1%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노 캠프는 놔둔 채 한나라당만을 파헤치고 있는 만큼 야당탄압”이라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묻자, 39.1%가 공감 의견을 표시한 반면 56.2%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의구심을 던지면서도,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에는 크게 무게를 실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에서도 야당탄압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49.1%)는 의견과 공감하지 않는다(48.7%)는 의견이 엇비슷했다.
40% 정도가 “노 자금도 한나라당과 비슷할 것”
최병렬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장외집회를 열면서 대대적인 반격을 하기보다는 은근하게 검찰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공격하고 나서는 것은 이런 민심의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일단 두드려 맞아야 한다. 검찰수사 결과에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강한 대여투쟁으로 맞서면 바로 ‘차떼기 정당이 뭘 잘했다고…’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 정도면 노 캠프쪽은?’ 하고 관심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옮겨지길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쪽의 이런 인식이 파고들 여지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 어쩌면 조사 항목으로 부적절할 수 있는 질문 하나를 던져봤다.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쪽이 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어느 정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사실관계에 대한 견해를 묻기 보다는, 노 후보쪽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는 만큼 그 규모가 얼마나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추정치를 물은 것이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5명 정도는 “한나라당보다 적을 것”(훨씬 적을 것 18.8%, 약간 적을 것 29.2%)이라고 답했다. 한나라당보다 많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1%에 그쳤다. 문제는 38.6% 정도가 “한나라당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답한 부분이다. 연령별로는 20대(46.2%)가,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8.3%)이, 한나라당 지지자(57.7%)의 응답률이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노 대통령은 ‘적어도 한나라당보다 10배 이상 깨끗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10명 중 4명 정도가 노 대통령쪽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노 캠프쪽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자금 규모의 ‘양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이회창 전 후보가 12월15일 검찰에 자진출두한 마당에,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런 부분을 파고들면 지지자 결집 효과와 함께 상당한 정치적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서정우 변호사의 구속 이후 ‘대선자금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한나라당이, 이를 접고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주요 정당의 지지도는 오차 범위 내에서 혼전 양상을 보였다. “어느 정당을 가장 좋아하느냐”(정당 지지도)는 질문에는, 민주당(20.0%)-한나라당(19.5%)-열린우리당(17.4%) 순으로 답했다. 무응답층은 37.8%였다.
총선 때 찍을 정당? “두고 보자”
질문을 조금 바꿔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총선 지지후보)라고 묻자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13.5%로 같았고 민주당이 12.4%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무응답층은 57.3%로 늘어났다. 총선 직전까지 지켜보겠다는 지지유보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통합론에는 반대 의견(51.7%)이 찬성 의견(36.4%)을 앞질렀고, 두 당이 각각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는 전망(민주당 37.4%, 열린우리당 32.2%)이 약간 우세했다. 이번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5.2%로 나타나, 이전 <한겨레> 조사(11월19일 36.6%, 10월18일 33.4%)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김보협 bhkim@hani.co.kr · 이화주 기자/ 한겨레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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