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7월10일 제467호 

“대법관을 바꿔 세상을 바꾸자”

시민운동의 대법관 추천운동…‘제왕적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될 듯

노무현 대통령 임기안에 대법원장을 비롯한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13명의 얼굴이 바뀐다는 사실에 지금 시민사회는 약간 들떠 있다(표 참조). 보수파 일색인 우리 대법원에도 색다른 목소리를 내는 ‘왼손잡이’들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아직은 막연한 ‘희망’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보다 1년 더 긴 6년 임기의 대법관이 대부분 바뀐다는 점도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보수적 성역을 노무현 정부 아래서 변화시키겠다는 바람도 녹아 있는 것이다.


사진/ “대법원 판결에 항의한다.” 98년 1월 ‘해인 골프장 사업승인’ 판결에 대한 환경사회단체들의 시위(오른쪽,한겨레)와 1월 시화호 주변어민들의 ‘과다지급 보상금 반환’ 판결에 대한 시위(왼쪽,한겨레 김봉규 기자).

오는 9월, 서성 대법관 후임은?

시민사회의 관심은 오는 9월11일 임기가 끝나는 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누구를 추천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면에서 여성 대법관을 사상 처음으로 기용하자거나, 진보적 색채를 띤 변호사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불거져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단체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다. 두 단체는 여성·환경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시민단체들을 참여시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2000년 대법관 후보들의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대법관 후보들에 대한 검증 노력을 기울였던 참여연대는 그들이 최근 보이고 있는 보수적인 판결 태도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시 후보자들의 사법철학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운동이 좀더 진행되면 “첫 여성 대법관이 필요하다”는 쪽과 “생물학적 의미의 여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의식과 이념이 진보적인 대법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직전 벌어졌던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의 ‘박근혜 논쟁’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토론이 시민사회 안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대법관 후보 추천운동과는 별개로 이번 계기에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포함한 위상 문제, (대)법관인사제도 등 사법부의 오래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른바 ‘제왕적 대법원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권한과 함께 1600여명에 이르는 전국 판사들의 인사권을 손 안에 틀어쥐고 있다. 물론 대법원장이 법관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독점돼 있다. 따라서 ‘사법부 독립’의 의미가 예전에는 행정·입법부로부터의 독립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사법부 상층으로부터 개별 법관의 독립이라는 주제로 바뀌었다고 보는 판사들도 상당수 있다. 대법원장의 독주를 막을 제도적 보완책, 이를테면 의결권을 가진 법관인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 등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 인사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임기와 정년의 문제를 새롭게 다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연방법원 판사의 임기가 종신으로 돼 있고,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임기가 없고 정년만 70살로 규정돼 있다. 독일도 정년만 68살로 규정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모든 법관의 임기를 인정하지 않고 일반 법관은 65살, 최고법원 법관은 68살로 정년만 정해두었다.

우리의 경우 대법관의 임기를 폐지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고 법조일원화 등 사법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는 빠른 시일 안에 이루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한국 판사들의 평균 연령이 40살 안팎인 데 비해 미국은 법관 임명 당시 평균 법조 경력이 20년이 넘는 것에 비춰보면 법조일원화를 통한 법관 임용 경로의 다양화 등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법개혁의 지름길로 나가야 한다고 보는 법조인들도 많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 못하게 해야”

이와 함께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지낸 이들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다. 대법관까지 지낸 이가 변호사를 하면 사건을 수임하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전관예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시민사회의 대법관 추천운동에 대해 “위헌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27일 대법관 제청 후보자의 적격 여부를 논의하는 자문기구인 대법관제청자문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자문기구의 당연직 자문위원이 직전 대법원장, 선임 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협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 6명이라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자문위원을 자기 ‘식구’들로만 구성해 어떻게 대법원을 변화시킬 것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어 자문위 운영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직 대법관 임기 만료일

순위

대법관

임기 만료일

대법원장

최종영

2005. 9.28

1

서성

2003. 9.11

2

조무제

2004. 8.17

3

변재승

2005. 2.26

4

유지담

2005.10.10

5

윤재식

2005.10.10

6

이용우

2005.10.10

7

배기원

2006. 7.10

8

강신욱

2006. 7.10

9

이규홍

2006. 7.10

10

이강국

2006. 7.10

11

손지열

2006. 7.10

12

박재윤

2006. 7.10

13

고현철

2009. 2.17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대법원의 인적 구성에 대한 제안’이라는 글을 올린 정진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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