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이야기 ] 2003년07월10일 제467호 

“법원의 승진 시스템과 결별하라”

‘대법원의 인적 구성에 대한 제안’이라는 글을 올린 정진수 판사

“사법권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구성은 법원의 앞날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대법원의 인적 구성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서울지법 서부지원 정진수(42) 판사는 대법원 구성의 원칙과 철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사법권의 기본적 역할인 △여타 권력을 통제하고 △사회의 규범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 모두가 대법원을 통해 최종적으로 행사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먼저 하급법원이 직업법관제를 취하고 있더라도 대법원의 구성은 검찰 수뇌부나 행정부 고위관료 구성방식과는 전혀 다른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대법원의 구성과 법원의 인사승진 시스템을 완전히 결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이 너무 동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근본 이유가 대법관을 법관 승진의 최종단계로 놓아두었기 때문인데, 이 고리가 끊어진다면 대법원 구성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위해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대법관 임명 자격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인재풀로 해, 그 가운데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적합한 인물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사법시험 기수를 묻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이고 재조·재야의 구별도 없이 전체 대상자 가운데 폭넓은 논의와 검증절차를 거쳐 현재 요구되는 대법원의 역할에 가장 적당한 사람을 임명하는 절차를 고안하자는 것이다. 그는 대법관으로서 필요한 덕목을 청렴성, 전문적 능력, 사법관으로서의 기질 등 3가지로 꼽은 뒤 사법의 적극적 역할과 직접 관련된 ‘사법관으로서의 기질’이 현재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인적 구성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제청권 및 임명권 행사에서 자의성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점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모두에게 자신들의 권한을 일부 제한한다는 의미에서 중대한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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