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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체를 제물 삼은 민족주의 군부에겐 패권탈환의 기회, 정부에겐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득표의 기회가 된 아체 전쟁
“인도네시아군은 자유아체운동(GAM) 무장 분리주의자를 전면적으로 공격하라.” 5월19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자유아체운동이 마주 앉은 도쿄회담이 결렬되기 무섭게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대통령령 제28조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곧장 아체 전역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지난 6개월 휴전기간에 민간인 사망자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상을 되찾아가던 아체는 다시 전쟁터로 돌변했다.
군부, 휴전협정을 비난하다
한편 올 3월부터 휴전협정 위반이 증가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제네바에서 회담을 갖자고 자유아체운동쪽에 요구했으나 자유아체운동은 비자문제 탓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걸고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상호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난항 끝에 5월 도쿄회담이 성사되었으나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정부쪽에서 자유아체운동에 무기를 버리고 특별자치주 지위를 받아들이라는 일방적 요구를 함으로써 회의는 결렬되고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도쿄회담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정가는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결과를 예상했던 내각은 도쿄회담과 맞물린 5월13일 이미 대규모 군사작전을 위한 대아체 파병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한겨레21> 취재에 따르면 이에 앞서 5월9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안보방위조정장관도 아체 군사작전용 개념을 담은 편지를 내무장관에게 보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편지는 5월11일 아체에 군대를 파견하기 위한 요청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유도요노 장관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즉각 승인하기를 기대했으나, 민주투쟁당(PDIP) 지도부에서는 유도요노 장관이 개념화한 군사작전이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메가와티 대통령에게 떠넘기겠다는 계략으로 받아들여 처음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민주투쟁당 지도부는 이 ‘혐의’가 민족주의에 자부심을 지닌 이들로부터 아체전쟁을 통해 끌어모을 수 있는 표에 비한다면 훨씬 가벼운 것으로 판단해 5월12일 메가와티 대통령에게 서명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5월14일 의회 격인 국민대표회의(DPR) 의장 악바르 탄중이 대통령궁을 찾아 파병과 군사작전을 승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의회의 전폭적 지지속에 전쟁 돌입
수하르토 퇴진 이후 입지가 약화된 군부가 패권탈환의 기회로 삼은 전쟁. 그리고 정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득표의 기회로 삼은 전쟁. 바로 숨겨진 아체전쟁의 속살이다. 국민대표회의 의원(군부의석)이기도 한 아구스 위도도 소장은 <한겨레21> 취재팀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아체 군사작전은 나약한 민간정부에게 꼭 필요하다. 시민이 고양이라면 군부는 호랑이가 될 수 있다.”
자카르타= 정문태 |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나오키 마부치(Naoki Mabuchi )/ 일본 프리랜서 종군기자 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인도네시아 시사주간지 <템포> 기자 유니스 라오(Eunice Lau)/ 싱가포르 전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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