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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충돌’도 파국이다 우발적 확전 가능성 높아진 NLL 주변수역… 남쪽 교전수칙 강화 속 북쪽은 조심조심
연평 앞바다에 또다시 포성이 울려 퍼졌다. 지난 6월1일 오전 북한어선 8척이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0.3~0.5마일씩 넘어와 조업하다 우리 해군고속정이 40mm포 등으로 경고 포사격을 하자 오후 들어 모두 되돌아갔다. 북한어선을 겨냥해 해군이 함포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고사격을 가할 당시 우리 해군고속정과 북한어선 사이의 거리는 불과 1800m 안팎이었다.
확전을 각오하라고?
발언에 나선 의원들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강창성 의원(한나라당)은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북한군이 다시는 NLL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확전을 각오하고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나중에 ‘확전불사’ 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하라는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햇볕정책은 오늘 침몰했다”는 한 의원의 발언은 이날 간담회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남북 정상이 감격적으로 얼싸안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음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연평 앞바다는 위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매년 6월이면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의 음습한 기운이 어김없이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으로 몰려든다. 봄철 꽃게잡이가 절정에 이르는 6월 중순이 지날 무렵, 군사적 긴장감도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친 교전사태도 이 무렵 발생했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와 또 다른 현실적 조건이 기왕의 긴장감을 더 한층 높이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긴장이 끝없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국 주도의 대북한 경제제재와 해상봉쇄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이미 ‘추가적 조치’의 명분을 틀어쥔 부시 미 대통령은 일본·러시아·중국 등과 잇따른 정상외교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NLL 주변수역에서 무력충돌이 빚어진다면, 이는 예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진단이다. 설상가상으로 잇따른 교전사태로 인해 남북한 모두 NLL 주변에서 군사력과 전투태세를 강화하면서,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남북 모두 상대방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지난 1999년 1차 서해교전 때 참패를 당한 북한 해군은 이미 2002년 6월 우리 해군이 차단기동(밀어내기)을 하기 위해 북상하자, 기습공격을 가한 바 있다. 함정의 견고함이 훨씬 떨어지는 북한으로서는 남한 해군의 차단기동을 공격행위로 간주하고 미리 대응한 것이다. 북한에게서 뜻밖의 기습공격을 당한 우리 해군도 지난해 교전수칙을 대폭 강화했다. ‘경고방송→시위 및 차단기동→경고사격→위협사격→조준 및 격파사격’ 등 5단계로 이뤄졌던 기존 교전수칙을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간소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NLL 월선을 둘러싼 사소한 긴장상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북쪽 전향적 태도는 다행스런 일
게다가 함참은 지난해 교전사태 뒤 해군의 작전지침을 공세적으로 단순화하는 한편 육군과 공군의 지원을 받는 합동대비전력도 강화했다. 당시 이상희 합참 작전본부장은 “앞으로는 북한 함정의 NLL 침범 징후만 포착돼도 해군뿐 아니라, 공군과 백령·연평도에 주둔 중인 지상군 전력까지 합동으로 대응태세에 들어갈 것이다. 이럴 경우 공군 전투기의 초계비행 범위는 NLL 부근쪽으로 전진 배치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쪽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중순 (무기 반입이 금지돼 있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기관총을 발사한 일이 있었다. 사건 직후 북쪽은 즉각 ‘오발 사고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빨리 해명을 해왔다. 이는 전례가 없던 일로, 북쪽이 그만큼 조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에는 북한 경비정이 모두 7차례나 NLL을 넘어와 긴장감을 높였지만, 올해는 월선 사례 대부분이 주로 조업에 나선 어선이며, 경비정이 NLL을 넘어온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는 점도 달라진 경향을 보여준다. 지난 6월1일 우리 해군이 북한 어선에 대해 경고사격을 가했을 때도 북한 경비정 대부분은 해안에 정박해 있는 등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게 군당국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위기감은 한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언제나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확전의 참화를 부를 수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정보오판을 막는 것이다. 북한쪽의 단순 NLL 월선을 두고 성급한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일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지난해 교전사태가 벌어졌을 때 군은 애초 ‘우발적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군이 소극적으로 초기대응해 상황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의도적 도발’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당시 교전사태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군 인사 상당수가 초기 상황판단에 참여했던 정보장교들이었다. 같은 상황이 올해 재현된다면 상황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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