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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2.07.31(수) 제420호

[표지이야기] 공직사회의 기인, 전철환

퇴근 뒤엔 소형차 직접 운전… 한은총재 재임중 자신의 급여인상 한번도 안해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현 한국은행 총재 고문)는 한국 공직사회에서만큼은 기인에 속한다. 고위 공직자의 자가용 승용차가 지금은 이미 단종된 ‘프라이드’라는 사실부터가 뉴스거리였다. 그러나 전 전 총재가 다른 공직자들과 가장 명확히 구분되는 건 그의 차종이 아니다. 그는 총재 시절 업무 이외에는 관용차를 쓰지 않았고, 퇴근 뒤에는 손수 프라이드를 운전하고 다녔다.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하면서 자식들 모아놓고 가장 먼저 한 얘기가 주식투자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투자해놓은 주식이 있으면 내 임기 중에는 팔지 말라고 했다.” 그는 재임 중 자신의 급여를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내 월급을 내 손으로 어떻게 올리겠느냐”는 말이었다. 한은 총재의 급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결정하는데, 위원장을 한은 총재가 맡고 있다. 그는 또 외부에서 선물이 들어오면 화폐금융박물관에 기증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이 없던 시절 전 전 총재의 행동거지는 제도가 필요조건이라면 도덕성은 충분조건이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제도의 뒷받침 없이 도덕성만으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다른 금통위 위원들이나 직원들로부터 ‘선의의 압력’을 많이 받았다. “내가 안 올리면 다른 사람들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 때문에 회의도 여러 차례 길게 했다.

대학교수 출신이면서 철저한 직업공무원 의식이 있는 사연을 묻자 되돌아온 답은 “국립대 교수도 직업공무원이다”였다. 그는 충남대 교수로 처음 부임했을 때 업자들로부터 교재 채택비가 들어오자 “책값을 낮추거나 꼭 주고 싶으면 학교에 기금으로 내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는 “나도 직장에서 사적인 전화를 걸 때도 있고 반성도 자주 한다. 공직자들이 잘 몰라서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니만큼 곧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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