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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커버스토리 등록 2002.05.15(수) 제409호

[표지이야기] 낮은 데로 임하소서

‘서민’ 이회창의 변신 몸부림… 안정심리 기대 정책 주도권 넘본다

“그동안 당내 경선에 몰두하느라 노무현 후보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밀하게 다듬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정치적 분신으로 불려온 윤여준 의원은 최근 이렇게 입을 열었다. 노 후보와 진검승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자신감에 차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고, 자체 조사 결과 2%대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은 “일주일 뒤면 이회창 후보가 노 후보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권 심판론 내세운 차별화 전술

이 후보 쪽은 요즘 노무현을 넘어서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부패정권 심판론’ 확산을 통한 차별화 전술. 최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감찰 특별기구 설치 △직계가족 재산공개 등을 공약한 것은 이 전술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것은 다중포석이다. 먼저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이 후보가 실현하려는 정부의 모습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념공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노무현 뒤집기도 가능하다. ‘DJ=부패정권, 노무현=DJ계승자’라는 단순화를 통해 반DJ 정서에 불을 지펴 지지층을 결속하고, 노 후보의 영남 공략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색깔공세에 따른 수구적 이미지 고착도 피해갈 수 있다. 이 후보 쪽은 “최근 여론이 좋아진 것은 이 전술이 효력을 발휘한 덕”이라며 “반부패투쟁을 훨씬 강하게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도 물론 한계가 있다. 노 후보가 결국 DJ와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이 후보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한다면 DJ와 노 후보를 연결시킨 공격도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며 “노 후보 쪽에 결집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를 어떻게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진영은 최근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일단 노 후보의 서민적 풍모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되 한계와 단점은 더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의 틀을 잡았다.

지난 5월10일 후보수락연설 때 당원들에게 큰절을 올린 것은 그 상징이다. 이른바 ‘낮은 데로 임하기’ 전술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세론에 안주하고 안심했다. 모든 것을 버린다는 자세로 절을 했고, 앞으로 절대 오만해지지 않겠다”며 몸 낮추기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후보 확정 뒤 첫 공식 일정을 환경미화원과 청소로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노점상·영세소상인 대책과 학교폭력 등 생활정치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 측근 참모는 “앞으로 잘못은 과감히 인정하고 과거는 반성하며, 서민과 호흡하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이회창’으로 독단적인 노 후보와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돌풍 잠재울 묘수는 '정책'

노 후보는 이 후보의 이런 행보를 “위장서민 행세”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쪽은 노 후보가 위장서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겠다고 벼른다. 한 핵심 당직자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노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 변호사 시절 수임료, 부동산 매입 현황 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물증 한두건만 찾아내면 게임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쪽은 또 노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불안함과 준비부족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5월10일 후보수락연설에 맞춰 A4용지 63쪽 분량의 대선공약집을 발표하고, 5월17일 당 국가혁신위 최종보고서 발표를 기획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정책주도권을 장악해, 지난 5년간 노출된 데 따른 참신성의 열세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에게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의 ‘안정심리’도 자극할 수 있다. 97년 DJ가 내세운 ‘준비된 대통령론’의 변형인 셈이다.

이 후보는 6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남을 지켜내고 수도권 일부에서 승리한다면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조만간 영남과 수도권 특별대책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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