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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데로 임하소서 ‘서민’ 이회창의 변신 몸부림… 안정심리 기대 정책 주도권 넘본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자신감에 차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고, 자체 조사 결과 2%대까지 추격한 것으로 나타난 때문이다. 박관용 총재권한대행은 “일주일 뒤면 이회창 후보가 노 후보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권 심판론 내세운 차별화 전술
이 후보 쪽은 요즘 노무현을 넘어서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부패정권 심판론’ 확산을 통한 차별화 전술. 최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감찰 특별기구 설치 △직계가족 재산공개 등을 공약한 것은 이 전술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것은 다중포석이다. 먼저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이 후보가 실현하려는 정부의 모습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념공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노무현 뒤집기도 가능하다. ‘DJ=부패정권, 노무현=DJ계승자’라는 단순화를 통해 반DJ 정서에 불을 지펴 지지층을 결속하고, 노 후보의 영남 공략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색깔공세에 따른 수구적 이미지 고착도 피해갈 수 있다. 이 후보 쪽은 “최근 여론이 좋아진 것은 이 전술이 효력을 발휘한 덕”이라며 “반부패투쟁을 훨씬 강하게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도 물론 한계가 있다. 노 후보가 결국 DJ와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이 후보가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한다면 DJ와 노 후보를 연결시킨 공격도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며 “노 후보 쪽에 결집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를 어떻게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진영은 최근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일단 노 후보의 서민적 풍모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되 한계와 단점은 더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의 틀을 잡았다. 지난 5월10일 후보수락연설 때 당원들에게 큰절을 올린 것은 그 상징이다. 이른바 ‘낮은 데로 임하기’ 전술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대세론에 안주하고 안심했다. 모든 것을 버린다는 자세로 절을 했고, 앞으로 절대 오만해지지 않겠다”며 몸 낮추기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후보 확정 뒤 첫 공식 일정을 환경미화원과 청소로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노점상·영세소상인 대책과 학교폭력 등 생활정치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한 측근 참모는 “앞으로 잘못은 과감히 인정하고 과거는 반성하며, 서민과 호흡하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이회창’으로 독단적인 노 후보와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돌풍 잠재울 묘수는 '정책'
노 후보는 이 후보의 이런 행보를 “위장서민 행세”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쪽은 노 후보가 위장서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겠다고 벼른다. 한 핵심 당직자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노 후보의 재산형성 과정, 변호사 시절 수임료, 부동산 매입 현황 등을 집중 추적하고 있다”면서 “확실한 물증 한두건만 찾아내면 게임은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쪽은 또 노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불안함과 준비부족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5월10일 후보수락연설에 맞춰 A4용지 63쪽 분량의 대선공약집을 발표하고, 5월17일 당 국가혁신위 최종보고서 발표를 기획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정책주도권을 장악해, 지난 5년간 노출된 데 따른 참신성의 열세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에게 불안을 느끼는 유권자의 ‘안정심리’도 자극할 수 있다. 97년 DJ가 내세운 ‘준비된 대통령론’의 변형인 셈이다. 이 후보는 6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남을 지켜내고 수도권 일부에서 승리한다면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조만간 영남과 수도권 특별대책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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