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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 2천개의 율법, 2천개의 족쇄 종교의 지원 아래 남편 맘대로 이혼할 수 있고 아내를 구타할 수 있는…
2년 전 아리아스는 젊은 아내를 데리고 온 남편에게 쫓겨나 친척집에 얹혀살면서 지금껏 두 아이들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15년간 함께 살던 남편에게 아무것도 없이 하루아침에 쫓겨난 아리아스는 요즘 툭하면 눈물이 잦다. 아리아스의 이웃 크리스틴은 얼마 전 아이들을 남겨둔 채 쫓겨나 지금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 남편도 아이들에 대한 방문권마저 금지해버렸다.
재산상속, 아들은 딸의 두배
무슬림인 아리아스나 크리스천인 크리스틴 모두 법정에서 패했다. 율법이 출생, 결혼, 이혼에 대한 관리를 남편의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해놓은 탓이다. 종교중심사회인 레바논의 법은 결혼과 가족관계를 비롯한 18가지의 조항에 대해 율법의 공술서를 인정하며 법률의 독립적인 관리와 재판을 인정해왔다. 이런 까닭으로 레바논의 성은 종교로부터 제약받는 극심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이루트의 시민단체인 ‘여성차별전요소철폐대회’(CEDAW)에 따르면 현재 레바논의 여러 종파가 지닌 율법들 가운데 2천개가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에게 아내가 분가를 강요할 수 없다’, ‘남편이 아내를 체벌할 수 있다’, ‘남편은 어떤 이유에서든 아내의 인정없이 이혼할 수 있다’, ‘아내의 이혼 요구는 법원의 청구에 의하지 않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아내가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한 위자료를 주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밝힌 성차별 내용들이다. 상속에서도 아들은 딸의 두배를 가질 수 있게끔 명시하고 있다. 마하(34)는 지난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남동생이 대부분의 재산을 차지하고 자신에게는 쥐꼬리만한 유산이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 “부당하다. 율법이 규정한 상속은 여성들이 일찍 결혼한 뒤 남편이 모든 걸 보살펴준다는 조건 아래서나 가능했던 옛날 일인데….” 마하는 결혼하지 않은 자신과 같은 여성들이 오히려 상속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과 같이 종교가 좌우하는 사회, 특히 크리스천과 무슬림 성직자들이 전폭적인 지원자를 지닌 상태에서 율법에 대드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신 여성단체들은 성차별 사안을 놓고 정부법을 상대로 싸움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 남성과 결혼한 레바논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적용되던 국적소멸 조항의 폐기와 여성 가장들에게 부과해왔던 세금을 호주세 대신 개인세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요즘은 130여개가 넘는 여성단체들이 레바논 전역에서 정부조직 내의 여성인력 확충과 여성정치인 확대안을 놓고 투쟁하고 있다. 남성들이 주름잡고 있는 내각과 단 3명의 여성의원이 존재하는 의회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정치적 평등을 외치며. 이런 가운데 대학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의 숫자를 추월한 것으로 밝혀져 희망을 주고 있는데, 적어도 외견상 교육부문에서만큼은 성차별을 극복하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레바논사회가 지녀왔던 교육열의 영향 탓이다.
라미아의 몰래데이트
그러나 교육과정이라는 내부적인 문제를 따져보면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결혼을 앞두고 있는 라미아의 예를 들어보자. 그녀가 열네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남자아이들의 집안 초대를 금지하며 라미아의 외부출입을 학교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라미아에게 대학 진학을 강요했고, 그녀가 공과대학을 졸업할 무렵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며 동시에 결혼 상대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라미아는 맞선을 강요하는 아버지 몰래 데이트를 하면서 지금의 남편감을 힘들게 만났다. 말하자면, 교육과 결혼으로 이어지는 레바논 여성들의 청춘에서 아직도 성의 편견과 평등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종교와 율법이 사회법을 지배해온 레바논의 성차별, 그 현주소다.
림 핫다드(Reem Haddad)｜<더 데일리 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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