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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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검'
오천명 감독 / 주욱, 주임영 주연
변검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의 가면을 바꾸는 기술. 중국에서 전통적 으로 내려오는 천극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변검의 명인인 왕씨(주욱 )는 원숭이 한마리 데리고 떠돌며 천극의 정신을 지켜가는 이름없는 예술 가. 그의 슬픔은 변검술을 물림할 아들이 없는 것이다. 남자에게만 기예 를 전하겠다는 그의 고집은 인력시장에서 사내아이인 줄 알고 산 구와(주 임영)가 여자아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의 총기와 집념에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며 깨진다.
<변검>은 중국의 4세대 감독 오천명이 미국 등지를 유랑하다 돌아와 9년 만에 만든, 인생유전으로 한층 깊어진 노장의 마음을 읽게 하는 장중한 드라마다. 문화혁명기에 손발이 묶였던 불운한 오 감독의 얼굴, 우리 귀 에 익은 첸카이거나 장이모 감독을 길러내고 그들 5세대에게 길을 터준 꿋꿋한 오 감독의 얼굴이 바로 변검왕의 얼굴에 겹친다.
'인연'
이황림 감독 /박중훈, 김지호 주연
총각, 처녀들이 수없이 되뇌어보았을 말, “내 님은 누구실까, 만나보고 싶네.” 옛 말 그른 것 없다고, 그 해법에 대해 경험자들은 “눈에 콩깍 지가 씌워야”라고 말한다. 이 평범하고도 위대한 ‘인연’을 9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이황림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로 풀었다. 애정문제에 대해 콧대나 경륜 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한쌍의 남녀로 나선 건 얼굴 자 체가 관객동원 보증수표인 박중훈과 CF계의 간판스타 김지호. 바람둥이 증권사 대리와 노처녀 전문직 여성이 티격태격 짚신 타령을 부르는 데 한 몫 하는 것이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기’라는 건 좀 뜻밖이다. 상대 를 제압하려는 두 사람의 ‘사랑의 기’가 요술을 부리면서 음양오행은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끝까지 기를 꺾지 않는 건 이 감독의 ‘순결’에 대한 찬가. ‘기’보다도 시대착오적인 그의 순결에 대한 강박증이 영화 의 기를 죽인다.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8일 제 19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