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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을 IMF 돌파구로

최배근 교수/ 건국대 경제학·참여사회연구소 통일분과 위원장

건국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진 정권교체로 이 땅에서 ‘민주주의 대장정’ 이 시작되었다는 ‘기쁨’에 젖어 있기에는 우리 사정이 너무 심각하다. 우리 민족은 현재 엄청난 국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남북 경 제협력이 ‘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 ‘정치중심의 남북관계’를 ‘경제중심의 남 북관계’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의식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사실 문제는 국가와 민족 이 처해 있는 표면적 어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좀더 심각한 것은 국 가적·민족적 위기의 실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3년 3월11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촉발된 한 반도의 핵위기가 미국 주도로 타결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남 한의 엘리트들은 남북관계보다 북-미 관계의 개선에만 관심을 보이는 북 한 탓만을 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 아래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의 많은 부분이 기존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권리에 집착해 확대 재생산해온 것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게 사실이다.

대북관계에서의 이런 인식전환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외국인들은 비상식과 반이성이 일상화·구조 화된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눈초리로 바라보곤 했다.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으로 부상했는데도 대북관계에서 불어닥친 찬바람이 사회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힘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 다.

그리고 이런 인식 변화를 ‘생활’로 옮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남북 경제 협력이다. 또 남북한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화해와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민족문제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풀어가는 출발점 이 될 것이다. 정치논리에 짓눌린 남북경협과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구축 하기 위해서는 정경분리가 아니라 경제가 중심이 되고 정치가 보조하는 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를 보면 정치적 영역에서는 대립적 상호의존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호보완적 관계 가 존재한다. 게다가 주변 강대국들의 대북 접근 가속화 경향, 이에 따른 북한의 시장질서로의 전환 가능성, 그 결과 남한이 소외될 우려를 고려하 면 경제를 남북관계의 중심에 놓는 것이 더욱 요구된다.

실제 남북경협 과정에서는 중소기업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 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재벌중심경제의 위기이기 때 문에 사회시스템을 유연하게 혁신하지 않고 단순히 기업이나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그쳐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사회·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중소기업의 위상 확립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경협에서 중소기업의 중심적 구실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도 위기에 처한 재벌이 당분간 남북경협을 주도할 여력이 없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협력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발전 잠재력을 활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8일 제 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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