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표지이야기

국회-행정부 힘의 균형을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

지금과 같이 대통령과 여당의 독선과 정경유착, 정치권의 부패를 초래하 는 정치구조는 수용과 타협, 정경분리와 깨끗한 정치, 민주적 토론과 협 상을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우선, 국회와 행정부, 특히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가 상호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될 수 있 도록 각종 법과 제도들이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정조사권의 요건 을 제적의원 1/4로 되어 있는 것을 20인(원내교섭단체) 이상으로 완화하 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검찰총장 등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제 도를 도입하며, 감사원의 회계감사기능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 청와대 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권한을 실질화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내각 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 는다. 미국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 하지 못한다거나 부패가 심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대통령의 독주를 견 제하거나 정치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혁이라면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다음,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행정부를 실질적이고 효 과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회의원 선출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정당들이 민주화 되고 정책정당화되어야 한다. 전국구 후보는 각 직능단체가 민주적 과정 을 밟아 추천토록 하고, 지역구 후보는 당원들의 민주적 토론과 경선을 통해 결정토록 하며, 국회 상임위 배정은 전문영역에 따라 배정, 임기(4 년)를 보장해야 한다. 다음, 국회의 정책기능이 강화되고 운영의 민주화, 실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에 덧붙여 각 상임위에 박사급 전문위원을 10명 내외를 배정하고, 국회 전체수준에 서는 미국의 CRS(전문정책연구기구)나 CBO(예산 전문연구기구)와 같은 정 책전문연구기구를 두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 밀실야합이 용이하고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렵도록 되어 있는 소위원회 중심의 국회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고, 본회의에서 축소심의를 해야 하며, 모든 발언과 표결은 실명제로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이나 다양한 계층의 이해관계가 국가정책결정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의 상대적 최다수제(국회의원선거 이하의 경우 소선거구제와 결합)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 정당투표제를 도입하여 전국구 의석을 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각 정당에서는 전국구 후보를 직능대표에게 배정해야 할 것 이다. 다음, 지역구 후보는 당원들의 실질적 참여 아래 경선을 거쳐 결정 토록 해야 한다. 그 다음, 새로운 정치세력이 용이하게 등장할 수 있도록 선거법이나 정당법 또는 정치자금법 등에 규정돼 있는 각종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 특히 임의기탁금의 수혜자격을 국회선거에서의 득표율에 따라 배정해야 한다. 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

© 한겨레신문사 1998년01월08일 제 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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