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공무원도 정리해고하자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흔히들 정부개혁은 정부조직 통폐합이나 공무원 감축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겉모양만을 바꾸 어 놓을 뿐, 개별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지는 못한다. 정부개혁 의 요체는 공무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무원들의 능력과 책임감을 향상시킴으로써 이들이 더 열심히, 더 잘 일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제도, 예산제도, 회계제도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 먼 저 인사제도에서는 신분보장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공공부문에 정리해고제 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은 훨 씬 윤택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봉급을 인상해 주어야 한다. 이제는 경쟁 력과 창의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 사회에서 도 온정주의와 평등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1차적인 개혁대상은 정부의 각종 하부조직과 산하단체이다. 11개 경제부 처에 한정해볼 때 공무원 9만2천명 중 87%에 해당하는 8만명이 각종 지방 조직과 하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단순 집행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책입안을 담당하는 중앙조직보다 훨씬 더 많은 비능 률을 낳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기관장에 대해 엄격한 실적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달 성해야 할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여부를 평가하여 인사와 보수에 반영하도록 한다. 반면 인력운용이나 예산 등에서는 대폭적으로 자율권을 확대해 준다. 기관장은 직원 봉급에 대해 상당한 결정권을 가져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인력을 정리해고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 예산전용과 이월의 폭도 넓혀야 한다. 전반적인 예산제도는 결과중심 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예산제도는 전형적인 투입물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 얼마를 지원했는가만을 따질 뿐, 그 러한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얼마나 향상시켰는가는 따지지 않 는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문제가 될 때마다 예산을 더 많이 퍼 붓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중요 사업별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달성여부를 사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각 사업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는지를 계산한다. 국회는 예산심 의과정에서 이러한 실적자료와 비용자료를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결과중심 예산체계의 도입을 위해서는 회계제도를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 다. 미국처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체적 방안을 마 련하도록 하는 한편, 전산체계를 갖추고 내부 회계전문가를 양성해야 한 다. 아예 민간 회계법인에 회계업무를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문화가 바뀌어질 때 개혁은 성공했다 고 평가될 수 있다. 능력중심, 결과지향의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 은 장기적인 전략 아래서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며, 정치적 목적의 일시적 과시성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