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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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김기수, 70년대 홍수환과 유재두, 80년대 유명우로 이어지는 스타 상품을 배출했던 권투는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개척자였다. 또 이만기라 는 걸출한 스타상품을 갖고 출발했던 씨름은 이후 즐비한 스타들을 내세 우며 우리의 고유 스포츠도 프로로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그러나 권투는 이제 잊혀진 종목이 돼버렸고 씨름은 너무나 빠르게 사양 길을 걷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두 종목의 실패 원인을 스타만들기 시스템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프로스포츠 자체가 스타를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유 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투와 씨름은 미완의 대기들을 가려내 전 략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훈련,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여자 테니스 스타 모니카 셀레스는 이탈리아 다국적 스포츠용품업체인 필라의 전략적 투자 결과다.
필라는 셀레스에게 8살 때부터 투자했다. 계약금과 보너스말고도 필라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테니스 코치를 동원해 10년 이상 육성한 결과 현재 의 모니카 셀레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필라의 한국지사 마케팅 부장 정성식(40)씨는 이에 대해 “스타는 나무와 같다”라면서 “아디다스나 나이키 등 다국적 스포츠용품 공룡들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가 발굴되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나무를 키우듯 일정 기간 투자만 한다”고 설명했다.
예비스타로 이미지를 충분히 높인 뒤 정상의 자리에 섰을 때 투자비 회수 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추가 광고출연료 없이 제품 광 고에 출연시키는 등 투자비의 몇곱절을 뽑아낸다. 실제로 이들 다국적 기 업들은 장래성 있는 아프리카 10대 마라토너들과 무더기로 계약을 맺고 있다. 필라의 경우는 케냐의 10대 마라토너 27명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고 정씨는 밝혔다.
또 미국의 메이저리그 팀들이 운영하는 마이너리그도 스타제조 시스템의 하나다. 각 팀별로 3등급으로 구분된 5∼8개팀을 운영하면서 체계적인 훈 련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스타제조 시스템의 부재가 한국 권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스타를 먹고사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