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2

잠자는 2조5천억원대 미래산업

(사진/97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축하는 해태 타이거즈.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스포츠인 야구도 2년 연속 관객이 줄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은 권투와 골프 같은 개인종목에서 출발했다. 그것 이 1980년 프로야구와 축구가 프로로 바뀌면서 단체종목이 주도하기 시작 했다. 팀스포츠의 프로화는 권투나 골프 등 개인종목과 달리 관주도로 이 뤄졌다.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된 것이다. 당시 5공화국은 그들이 보기에 과하다 싶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프로스 포츠를 출범시켰다는 게 정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로스포츠 성공의 열쇠인 지역 연고제는 지역주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구단들의 나눠먹기 식으로 정해졌다. 기업들은 지역팬들 에 대한 관심보다는 모기업의 홍보수단으로 팀을 이용했다.


우선 아마추어 육성으로 내실 기해야

구단은 경기의 질을 높여 관중을 끌어들이고 수입을 늘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모기업의 홍보라는 부차적인 목적을 우선시했다. 경영의 합리화 나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홍보효과의 극대화 즉 우승만을 추구해 온 것이다.

이런 맹점에도 국내 프로스포츠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여가환경이 부 족한 틈새 때문에 일정 정도 발전을 해왔다. 프로야구는 이미 3천억원짜 리 시장으로 성장했고 프로농구는 출범한 지 2년 만에 제자리를 잡기 시 작했다.

프로스포츠가 이렇게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자리잡게 됐음에도 출범한 지 20년도 안 돼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프로스포 츠는 오로지 흥행만을 위해 최고의 무기인 스타 배양의 토양인 아마추어 를 짓밟아버렸다. 가장 인기가 있다는 야구의 경우 중·고등학교 팀 수가 프로야구가 출범한 82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 그 진출 성공으로 10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들을 훈련시켜 스타로 만들어낼 일선 학교 팀들이 재정난과 무관심으로 해체당하고 있다 .

프로구단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올해 초부터 프로·아마발전위 원회를 만들어 노력에 나섰으나 1년이 다 되도록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단지 아마야구 지원을 위해 푼돈만을 건네주고 있는 실정이다 .

프로축구는 현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다. 프로야구와 같은 해 출 범하고도 16년 동안 사정이 나아진 게 없었다. 용병을 수입하고도 이들을 스타상품으로 발전시킬 마케팅이 없었고 지역 연고를 위해 팀이름에 지역 명을 붙였으나 효과는 없었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젠 진실로 새롭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업홍보의 한 수단 으로 쓰겠다는 전략은 포기해야 한다. 기업 홍보는 활성화된 프로스포츠 가 가져다주는 부산물일 뿐이다. 프로스포츠 자체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홍보효과도 격감한다는 사실은 프로야구를 통해 증명됐다. 16년 동안 다 져온 국내 프로야구가 박찬호라는 선수 하나로 흔들렸다.


시설투자에 돈 아끼지 말아야

프로스포츠 전략의 하나를 꼽으라면 ‘정상적인 이윤추구’를 추천하고 싶다. 어차피 프로스포츠가 돈과 뗄 수 없는 스포츠라고 인정한다면 돈벌 겠다는 욕심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대신 스포츠 자체가 갖고 있는 규칙의 공정성과 결과의 우연성 등 특성들 을 충분히 살리는 과정에서 이윤추구만 하면 된다. 대만 프로야구처럼 마 피아들의 도박장으로 변할 경우 그것은 스포츠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이윤추구라는 전략을 위해 스포츠의 역동성을 살리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경기장을 건설하고 끊임없이 스타를 배출하기 위해 아마추어 스 포츠 육성에도 투자해야 한다. 시민들이 보기만 해서는 프로스포츠가 성 공할 수 없다. 따라서 프로스포츠에 투자한 기업들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 스포츠 마케팅으로 통합돼 실시되고 있는 것들이다.

프로스포츠는 이런 조건들만 갖춰지면 어떤 시장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 어떤 이들은 한국 스포츠시장이 2조5천억원대까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스포츠용품 시장까지 포함돼 있다. 입장권 수입 등 프로팀들이 직접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은 1조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치밀한 전략과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개발해 나갈 때 프로스포츠는 투자 분을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는 매력적인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종 교수/ 수원대 체육학과·스포츠마케팅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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