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진단2

그들만의 잔치, 프로스포츠

(사진/평균 관객이 5백명에도 못미치는 프로축구. 마케팅과 스타의 부재가 월드컵 예선전이 증명한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그라운드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든 프로스포츠가 82년 본격적인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체 프로스포츠는 아니지만 70∼80년대 최고 인 기 프로스포츠였던 권투는 이미 팬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80년대 스포 츠 붐을 타고 등장했던 민속씨름은 이만기, 강호동 등 걸출한 스타를 탄 생시키며 전성기를 구가하다 9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프로야구구단 누적적자 3백억원대

이런 위기 현상은 국내 종목 가운데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프로야구에 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2년 연속 관중수가 줄어들고 있다. 올 프로야 구 관중은 3백90만3천5백명이다. 이는 9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숫자다. 지 난해 4백49만8천여명보다 50여만명이 줄어들었다. 최고 관중수를 기록했 던 95년 5백40만6천여명에서 1백80여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관중수의 감소와 함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동안 쌓인 적자에 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던 재벌들도 미증유의 IMF구제금융 체제 아래서 허 덕대기 시작했다.

올 8개구단 평균 지출은 1백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수입은 50억원 안팎이 다. 50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각 팀은 3백억 이상씩의 적 자를 안고 있다는 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이재에 밝은 재벌들이 이런 밑빠진 독인 프로야구를 붙들고 있는 이유였 던 광고효과도 뚝 떨어졌다. OB는 95년 중계방송과 신문보도 등을 통해 본 광고효과를 돈으로 따지면 2백60억원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해 1백2 6경기를 했기 때문에 한 경기당 광고효과는 2억원쯤 되는 셈이다. 그러나 올들어 중계가 격감했다. 방송 3사의 중계횟수는 95년 66차례였고 96년에 는 54차례였다. 그런데 올해는 28차례였다.

한팀이 한 경기에서 2억원어치를 광고한 셈이니까 두팀으로 계산하면 한 경기 전체 광고효과는 4억원이 된다. 경기마다 4억원씩 계산해 95년에는 2백64억원이었고 96년에는 2백16억원이었다. 그것이 올해는 1백12억원으 로 뚝 떨어졌다. 95년 광고효과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8개 각 구단별 로 계산하면 95년에는 한 팀당 33억원어치, 96년에는 27억원어치의 광고 효과를 거두던 것이 올해엔 14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신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연일 스포츠면 톱자리를 차지하던 국 내프로야구가 올해는 박찬호와 선동열에게 밀려났다. 박찬호의 결혼희망 발언 등 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1면을 장식하는 동안 국내 프로야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인기 식자 선수들도 외국진출 앞다퉈

이런 신문과 방송을 통한 간접 광고효과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각 팀이 올해 누린 간접 광고효과는 1백억을 넘지 못한다는 게 광고업계와 프로야 구쪽의 분석이다. 95년 OB가 누린 광고효과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이렇게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자 실력있는 선수들은 앞다 투어 국외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해태 이종범은 구단과의 협상 끝에 일본진출이 확정됐고, LG 투수 이상훈은 언론에 메이저리그 진출 희망을 흘리고 있지만 구단쪽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봉중근이나 서재응 등 고교나 대학 선수들은 아무런 제약없이 일본과 미국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

지난해부터 위기를 느낀 구단들은 위기 돌파를 위해 용병수혈에 나섰고, 이달 중순 미국 플로리다에서 공개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정작 한 국 프로야구 드래프트에 지원한 미국 선수는 1백명도 안 됐다. 그리고 실 력도 국내선수에 비해 뛰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는 이보다 상태가 더 나쁘다. 그나마 프로야구는 지역연고제의 성공으로 낮은 경기수준과 열악한 경기장 시설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팬 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축구는 출범한 지 16년이 넘도록 제자리 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나라가 월드컵과 ‘붉은 악마’로 아우 성칠 때 국내 프로축구 관중은 평균 2백여명 안팎이었다.

또 프로야구와 같은해 프로화됐고 프로야구보다 먼저 외국 용병들을 수입 해 경기수준을 높였지만 여전히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 쯤되자 프로스포츠의 기본인 관중 통계마저 내지 못하고 있다. 축구협회 는 “16년 동안 한 경기 평균 관중수가 5백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추 정하고 있을 뿐이다.

선수들의 국외 유출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스타급 선수 가운데 한번쯤 독일 등 유럽이나 일본 진출을 시도해보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김주성을 비롯해 황선홍 등은 유럽진출을 시도했고 고정훈과 홍명보는 이 미 일본에 나가 뛰고 있다. 신예 축구 스타로 꼽히고 있는 삼성의 고종수 도 외국진출을 요구하고 있다.

프로축구가 이렇게 된 데는 협회의 책임도 빠질 수 없다. 축구협회는 현 정몽준 회장 세력과 반대 세력간의 극심한 알력에 휘말려 있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해 전략수립과 마케팅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에 빠져있다.

국내 프로축구 전경기의 흥행을 관리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매니지먼트회 사인 한국 IMG 관계자들조차 “현재 축구협회 조직과 역량, 내부 분위기 를 생각할 때 월드컵 열기가 프로축구 활성화로 연결되기는 불가능에 가 깝다”고 말할 지경이다.

프로농구도 “이대로면 5년 못넘긴다”

출범 2년째를 맞고 있는 프로농구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10대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과 적극적 인 스폰서 유치로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다. 또 출범 때부터 용병들을 도 입해 과거 아마추어 농구와는 다른 경기를 팬들에게 선보이는 등 출발은 일단 산뜻했던 셈이다.

그러나 산뜻한 출발이 계속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프로 야구처럼 변신없이 그 나물의 그 밥만을 관중들에게 보여줄 경우 이런 추 세는 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우세한 것이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체육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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