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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기 전에 외양간 고친다

(사진/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수출도 줄어드는 등 금융대란 불길이 중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2월7일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현재 아시아를 휩 쓸고 있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위안(元)화가 앞으로 최소한 반 년간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 은행 산하 국제금융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는 중국이 아시아 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폭풍권에서 비껴나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8일 홍콩의〈밍바오>(明報)는 “지난 11월 공산당 안에 주룽지 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금융영도소조(中央金融領導小組)가 구성돼 본격적인 금융개혁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당국의 공식적인 주장과는 달리 중국 지도부가 아시아의 금융 폭풍이 중국에 상륙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주룽지 부총리, 금융개혁작업 돌입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중국에 상륙하고 있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 당장 지난 11월 중국 외환시장의 거래 총액은 전달보다 27%나 줄어든 4 6억4천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나 준 것이다. 11월 말 위안화의 환율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달러당 8.2796 위안으로 떨어지는 등 큰폭은 아니지만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중 국은 정부의 통제로 자본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외환보유고가 세계 2 위 규모인 1천3백41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처럼 급 격하게 외환 사정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시아 금융대란의 불길이 중국에서는 오히려 수출과 내수, 외국인 투자 등의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주무기로 수출 시장을 확대해 왔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해 올 3/4분기까 지 소비자 물가를 1.5%선에 묶어 내수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반 면 아시아 각국 화폐의 잇단 평가절하는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급과잉과 수출부진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부담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 역시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중국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아시아 금융위기는 외국 투자자들의 대 중국 투자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올 1∼10월 사이 외국인의 대 중국 투자계약은 전년에 비해 28.93% 나 줄어들었다.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자본이 크게 위축됐고, 서방의 투자 자들도 중국이 아시아 경제위기의 도미노 현상으로 무너질 것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중국 정부는 관세정책을 전면 재조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외 국자본의 중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 기에 더해 중국은 지금 아시아 다른 나라들처럼 기업과 금융권의 총체적 부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중궈징지시바오(中國經濟時報)는 주식제 도입을 주장하는 글에서 한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해 국유기업의 부채율이 80% 이상에 달하고, 불량대부 누계액이 6천억원을 초과했으며, 기업간 상호채무를 합하면 은행의 불량채무 비율이 25%에 달한다고 지적 했다.


“잠재적 위기 숨기지 말자”

이들은 특히 국유은행의 자체자금 비율이 겨우 3%(즉 은행의 부채율이 97 %에 달함)에 그친다는 사실까지 종합해 “이런 일련의 수치는 중국의 경 제학자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중국에 금융위기가 존재하고 있음을 처음 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글은 이어 “은행들이 적자를 보완하 기 위해 동쪽벽을 허물어서 서쪽벽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균형을 유지하여 초부과경영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운 전망만 보여주고 잠재적인 위기를 숨겨서는 안 된다”는 이 신문의 지적은 잠재적 위기의 은폐에 급급하다 날벼락을 맞은 한국의 경 험에 비춰 보더라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재정과 국유기업이 상호 의존하던 관계가 이미 깨진 마당에 사기업의 국유기업 인수를 허용하고 전면적인 금융개혁에 손대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강구하 고 나선 주룽지 경제팀의 구조조정 개혁작업 성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 고 있다.

베이징=김성환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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