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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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성 콜레라가 돌고 있다. 예전에는 가을만 되면 동네 소아과 환 자의 절반이 가성 콜레라였지만 요즘은 생활 환경이 좋아지면서 많이 줄 긴 줄었다. 그래도 감기 다음으로 꼽히는 병이 가성 콜레라다.
가성 콜레라는 ‘로타 바이러스’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장 염으로 주로 2살 이하의 어린 아기들이 잘 걸린다. ‘가짜 콜레라’라는 뜻의 가성 콜레라는 증상만 콜레라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일 뿐이지 사실은 콜레라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전혀 다른 병이다. 가성 콜레라에 걸리면 독감처럼 열이 나고 토하며 나중에 설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소아과에서 준 약까지 모두 토하기 때문에 초보 엄마들은 당황하게 마련 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아이가 탈진이 돼 입원을 하기도 한다.
가성 콜레라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병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없 지만 대개 수일간 고생하다가 회복된다. 탈진이 되지 않게 수분의 보충만 신경 쓰면 대개는 문제가 없다. 말은 쉽지만 겁이 날 정도로 토하는 아기 를 보고 있으면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기 가 갑자기 토하면 일단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하지만 아기들은 병 원이 문을 닫은 한밤중에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몇가지 주의 사항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토하는 아이를 보고 당황해서는 안 된다. 엄마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기가 더 겁을 먹게 되므로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한다. 토한다고 무조건 아이를 굶기다가는 탈진이 될 수 있으므로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이면 약 국에서 전해질 용액을 사서 조금씩 먹이는 것이 좋다. 열이 심하면 해열 제를 사용해도 되는데 약도 토하면 좌약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기가 너무 축 처지고 소변을 보는 횟수가 갑자기 줄면 밤중이라도 응급실을 찾는 것 이 좋다. 탈진이 심한 경우는 흔히 링거 주사라고 부르는 정맥 수액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준다.
함부로 약을 쓰지 않아야 한다. 아기가 토하고 설사하면 급하다거나 심하 다는 이유로 꼭 뭔가를 미리 먹이고 병원에 오는 부모가 있다. 장염의 증 상을 없애는 많은 약들은 당장은 증상을 가라앉혀 아이가 편할지 몰라도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쁜 것을 내보내는 설사 를 억지로 멈추게 하면 장 속에 병균과 독소가 오래 머물러 도리어 병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하고 설사할 때 먹이라고 병원에 서 상비약으로 미리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할머니 시대와는 달리 요즘은 아이가 설사를 해도 굶기지 않는다. 굶기면 나올 것이 없어 당장은 토하는 것이 줄고 설사도 쉽게 줄지만 병 그 자체 가 빨리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린 아기들은 성장하는 아주 중요 한 시기이므로 설사만 좋아지게 하려고 무작정 굶기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이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급성 장염의 초기 4∼6시간 동안은 다른 음식을 먹이지 말고 경구용 전해 질 용액을 먹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다음 서서히 원래대로 먹이기 시작 해 하루 정도 지나면 평소에 먹이던 분유나 이유식을 먹인다. 기름기 많 은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 차가운 음식과 같이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 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가성 콜레라는 남들에게 전염되는 병이다. 어린 아기들이 많은 놀이방에 서 이 병이 돌면 몽땅 함께 걸릴 수도 있으므로 기저귀를 위생적으로 처 리하도록 주의하고 아이의 손발을 자주 씻겨 준다. 설사하는 아이를 만졌 으면 손을 잘 씻은 다음 다른 아가를 만지는 것이 전염을 예방하는 데 좋 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서 조금만 신경쓰면 가성 콜레라와 같은 급성 장염으로 위험한 지경에 빠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정훈/소아과 전문의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