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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범의 이적 조인식에서 트레이드 계약서에 서명하고 손을 맞잡은 주니치와 해태의 구단 관계자들. 해태는 이종범의 트레이드로 50억원의 이적료를 챙겼다.)
‘코트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농구 치어리더들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프로농구단 LG 세이커스와 SBS 스타즈가 경비절감을 위해 10여명에 이르 는 치어리더들을 6명 안팎으로 줄이기로 결정, 다른 구단에도 파급될 기 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젠 ‘IMF(국제통화기금) 시대’의 냉엄한 룰이 치어리더들의 세계에도 예외없이 파고든 셈이다.
얼마전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의 한 사무국 직원은 “5공 때가 그립다”며 한탄조의 하소연을 토했다. 그 직원도 언제 목이 날아갈지 점칠 수 없는 처지. 나라경5
제가 IMF 한파에 몸살이 걸렸다면 국내 스포츠계는 아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추어 스포츠는 씨가 마를 형국
연일 터지는 기업들의 부도 소식에 국내 스프츠계는 지금 빙하기다. 고려 증권이 지난 6일 최종 부도처리돼 배구단도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인수기 업을 물색중”이라는 배구단쪽의 궁색한 답변에도 “요즘같은 불황에 선 뜻 나설 기업이 있겠느냐”는 게 배구계의 분위기다. 5일 좌초된 한라그 룹도 아이스하키단의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조만간 해체를 공식화할 예정. 일부 주전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실업자 1백만명 시대’ 의 실업대열에 포함돼야 할 처지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 가늠할 수 없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 스포츠팀을 정리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코오롱과 대웅제약은 여자농구단을 해산시켰고 동성제약은 핸드볼팀을 잘라냈다. 은행팀들의 스포츠팀 해체는 당연스런 일로 받아들여진다. 한일은행이 야구단과 축구 단을, 국민은행이 테니스팀을, 조흥은행 등 6개 은행들이 사격팀을 최근 족보에서 지워버렸다. 특히 비인기 스포츠의 경우 이번 빙하기가 끝난 뒤 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체육계 원로는 “이런 추세라면 아마추 어 스포츠는 1년 안에 씨가 마를 형편”이라며 주름살이 가시지 않는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일부 기업들은 선수까지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해태 그룹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간판투수 조계현을 지난달 삼성 라이온 즈에 넘겨주고 4억원을 받은 데 이어 반대하던 이종범의 일본 프로야구행 에도 결국 승인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부터 50억원의 이적료 를 챙겼다. 이밖에 해태는 96년부터 일본에서 활약중인 선동열의 임대계 약을 연장해 45억원의 임대료를 손에 쥐었는데 이같은 수입은 모기업인 해태상사의 경영정상화 자금으로 쓰여질 계획이다.
억대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연봉을 아끼려는 ‘명예이적’도 유행처럼 번 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소속팀 선수들의 외국진출을 저지하느라 진땀을 뺐을 프로축구단들은 최근 스타급들의 해외진출을 굳이 막으려 들지 않는 다. 모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감안해 연봉도 아끼고 이적료도 챙기는 ‘꿩먹고 알먹기’식 이적이 불황타개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최근 일본 프로축구(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이 확정된 하석주(대우)의 경우 지 난 시즌 연봉이 1억2천만원이었는데 대우는 인건비도 줄이면서 이적료도 9억원이나 챙기게 됐다. 내년 시즌부터 J리그 비셀 고베에 김도훈을 빌려 주기로 한 전북구단도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수차례 유럽진출을 노렸 지만 구단쪽의 반대로 무산됐던 서정원(LG)의 해외진출은 요즘 구단이 더 적극적이다.
토사구팽 속출… 메달권만 국제대회 파견
그나마 명예이적은 운이 좋은 편이다. 노장급 고액연봉선수들은 구단으로 부터 ‘정리은퇴’라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이만 수(삼성)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고 해태 이순철을 비롯한 10여명의 고 참급들도 엄동설한에 토사구팽당했다.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대회 협찬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가중시 키고 있다. 대한배구협회는 내년 8월 98비치발리볼 월드투어를 국내에서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1억2천여만원에 이르는 상금과 운영경비를 지원할 협찬사를 찾지 못해 대회를 반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배구보다 못 한 비인기 체육단체들은 내년도 대회규모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안을 짜고 있다.
한편 문화체육부와 대한체육회는 내년 1월 나가노겨울철올림픽부터 메달 권 진입이 가능한 인원만 파견하기로 결정했으며 국제대회 출전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또 프로구단들도 해외전지훈련을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다이어트’를 준비중이다.
류성옥 기자/ 스포츠조선 체육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25일 제 188호